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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심은 나무는 생각보다 빠르게 조에게 왔다. 아, 그러니까 두 번째 퍼즐 말이다.
첫 번째 퍼즐과 눈물의 인사를 나누고서 조는 도서관을 나와 그녀의 볼을 간지럽히는 햇살과 바람을 느꼈다.
그러다 바람이 볼을 간지럽히는 게 아니라, 점점 볼을 때리고 있는 것이 느껴져 조는 감상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다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향해 물었다. 왜냐면, 조에게 확실한 두 번째 단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아, 말해줘, 내가 이젠 어딜 가면 될까? 어딜 가야 두 번째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음.................."
"음.................."
"배고파?"
"응"
"그럼, 일단 먹자!"
"그래! 뭘 먹을까?"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거!"
그렇다면 답은 딱 하나다. 입안을 부드럽게 휘감는 치즈와 담백한 토마토소스의 만남! 그 답은 피자! 피자를 먹어야 한다.
그래야 두 번째 퍼즐을 찾을 수 있다. (응? 뭐라고?) 다시.. 두 번째 퍼즐을 찾을 힘을 얻을 수 있다. (오케이!)
분명히, 아까 이 여자는 시간 모자란다고 절박하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아까 퍼즐 들고 아빠 생각난다고 울고 그랬었는데 어떻게 된 거죠? 설명 좀 해줄래요, 조 라이터? 아.. 열심히 피자집을 찾느라 여념이 없군. 이해해주세요. 조는 피자를 정말 좋아하다고요. 맨날 생일 때마다
피자를 먹는 여자랍니다. 어, 조? 어디 갔지? 조? 아, 조!!! 같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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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어서 오세요. I LOVE YOUR PIZZA입니다." 조는 믿을 수 없었다. aika 마을에서 먹던 피자집이 이곳 클루브린에 도 있다니. 조는 일단 자리를 잡고서 천천히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직원들이 조만 바라보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천천히 매장 안을 돌아다녔다. 물론, 직원들이 그녀만 쳐다보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 매장 안에 그녀밖에 없기도 했고.. (으.. 부담) 둘째. 그녀가 너무 놀라운 표정으로 매장 안을 둘러봤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우리 매장에 저렇게 놀라울 것이 있는지 갸우뚱하며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딱히, 특별 할인이나 센세이션 한 메뉴도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조가 놀라워한 이유는 메뉴판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aika 마을에서만 보던 이곳을 클루브린에서 보게 되어 놀란 것도 크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는 I LOVE YOUR PIZZA 가 전 세계 유일하게 aika 마을에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I LOVE YOUR PIZZA 가 사실은 체인스토어라니. 이러면, 피자 하우스나 레고 피자랑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조는 너무 실망스러워 맘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이는 조의 하늘이 무너지고도 남을 일이다. 조는 그러니까 지금 놀라운 표정이, 기쁨의 놀라움보단 충격의 놀라움이기 때문에 쉽게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 손님?" 카운터 남자 직원이 용기를 내어 조에게 말을 걸었다.
"아... 네." 조는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주문... 하시겠어요?"
"아... 네. 해야죠." 조는 일단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래, I LOVE YOUR PIZZA는 I LOVE YOUR PIZZA다. 체인점이라면, 맛이 똑같겠지.
피자는 먹고 싶으니 별 수 있는가? 조는 잠깐 기다려달라는 제스처를 하고서 aika 마을에서 즐겨먹던 메뉴를 떠올려봤다.
슈퍼 슈프림 레귤러 사이즈 (가장 무난한 피자니 실패 확률도 적다.) + 치즈 디핑소스 2개 + 버팔로윙4개 + 스프라이트 1개
아, 엄마가 있었다면 라지 사이즈에 리치 치즈 스파게티도 시켰을 텐데.. 조는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아쉬울 때 엄마를
그리워하는 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엄마를 지워냈다. 아, 엄마도 피자 좋아하는데. 피에르가 같이 먹어주겠지.
조는 이렇게 자신을 다독이고 주문을 하러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카운터 직원에 다가갔다. 그리고 슈퍼슈프림의 '슈'를 자신 있게 얘기하려다
메뉴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직원들은 모를 것이다. 지금 자신과 함께 메뉴판을 뚫어져라 보고 있지만 저게 얼마나 조에게 특별한지 모를 것이다. 하긴, 그들은 지금 카운터 앞에 있는 이 여자의 이름이 뭔지 모를 테니 말이다. 조는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자신 있게 '슈' 대신,
다른 이름의 주문을 했다.
" '조 라이터 세트' (슈퍼 슈프림 레귤러 사이즈 + 치즈 디핑소스 2개 + 버팔로윙4개 + 스프라이트 1개) 주세요.
아, 그리고 포장이오! ' "
그렇게 포장해 온 '조 라이터 세트'박스에서 나온 것이 바로 요 두 번째 퍼즐이다. 별을 심은 나무가 그려진 퍼즐.
아빠는 당연히 조가 온다면 피자를 안 먹고 갈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부모가 자식을 너무 잘 알아도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을 명예롭게 하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다.
(자식의 이름을 세트메뉴에 넣다니! 어떤 부모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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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 샤랄라라~ 에브리 워우워 어우~" 피자를 먹고 배가 따뜻해진 조는 침대에 누워 배를 어루만지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 물론 기분 좋게 샤워도 했다. 아까 도서관에서 먼지를 많이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조는 이제야 맘이 좀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그동안 헛수고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에 퍼즐을 2개나 찾았기 때문이다. 조는 패스를 꺼내 빈칸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아직 3칸이나 비어있다. 즉, 3개를 더 찾아야 워드 월드에 갈 수 있고, 아빠를 만날 수 있다. 조는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가운데 다이아몬드 칸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만일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생각해보면, 정말 이 모든 게 꿈인 것 같다. 아니, 꿈이어야 말이 된다. 이 퍼즐도 그렇고, 워드 월드도 그렇다.
하지만, 꿈이라면.. 대체 어디부터가 꿈인 걸까? 캡틴 로버트가 내게 노트를 건넸을 때부터? 아님 내가 클루브린 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부터?
사실 크루 브린이란 곳은 처음부터 없는 것 아닐까? 아님 이 패스가 티켓에서 떨어졌을 때부터가 꿈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실은 나를 속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 I LOVE YOUR PIZZA! 조 라이터 세트!!! 그것부터가 이상하잖은가?
마치 내가 이 마을에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러고 보면, 아까 도서관에서 청소부 미니도 사실 내가 처음부터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 사실 이 마을의 모두가 아빠랑 짜고 날 속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패스도 사실은 아빠가 나랑 놀려고 만든 게 분명하다. 아빠는 게임을
좋아하니까. 이것도 아빠가 날 위해 만든 게임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트루먼쇼>처럼 <조 라이터 쇼>에 나오는 거다.
나는 지금 사실 이 마을 사람들 TV에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안녕, 모두들. 나 때문에 오늘 하루가 즐거워지셨나요?
조는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마구마구 돌려보았다. 다행히 조의 얼굴이 나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조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만일 이 모든 게 꿈이라면..?'
그리고 이번엔 자연스레 다음 말이 따라나왔다.
'꿈이라면 어떤가?'
정말이다. 조는 정말로 꿈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서부터가 꿈이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캡틴 로버트가 노트를 건넸던 때부터 일 수도 있고 생애 처음으로 클루브린 행 비행기에 올라 특별석을 타는 기쁨을 누렸던 때 일 수도 있고
가브리엘을 만나 클루브린의 이런저런 소식을 듣고 패스를 발견했던 때 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퍼즐을 발견했던 오늘부터 일 수도 있다.
이것도 다 아니라면... 아빠가 우릴 떠났던 그날부터 일수도 있다. 그래, 그것만은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조는 다시 그날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아 베개를 꽉 안았다. 이번에는 아빠에게 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가브리엘의 어깨에 기대 실컷 운 날 이후로 다시는 울고 싶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슬픔의 무게에 짓눌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조는 대신 눈물을 집어삼켰다. 조는 다시 패스를 집어 들었다.
이제 3개만 맞추면 된다. 보물을 찾았으니, 이제 다음 보물을 찾으러 나서면 된다.
단서가 있냐고? 이번엔 단서가 있다. 오, 놀라운가? 이봐, 조는 이제 2개의 퍼즐이나 찾아낸 경력자라고!
도서관에는 역시 웬만한 책들이 다 있었다. 퍼즐이 담겨있을만한 책들은, 생각해낼 수 있는 책들은 모두 다 있었다.
그러나, 단 두 권만 도서관에 없었다. 바로, 조 라이터가 쓴 책 들이었다. 인포메이션의 여자는 그 책들은 도서관이 아닌 기념관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념관의 이름은 유치하게도 <메리 & 윌리엄 기념관> 이었다. 조는 '메리 & 윌리엄 기념관'이 더 유치한지, '조 라이터 세트'가 더 유치한지 내기하고 싶어졌지만, 왠지 자신이 질 것 같아 관두고 호텔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