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마시면 마실수록 타들어간다. 담배도, 인생도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에
빛이 보고파 손에 쥔 담배 한 개비
들이마시면 마실수록 타들어간다
담배처럼 내 인생도 타들어간다
밟히면 밟히는 대로 저항 없이
검은 연기만 뿜어내며
그곳에 남아 재만 되어갈 뿐
주워줄 사람도 하나 없이
결국에 몸도 흩어져 갈 뿐
마치 내 인생을 보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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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에
사람들 틈에 섞여 걷는 내 모습
걸으면 걸을수록 피곤해져
벽에 기대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낸다
하루의 끝에 오늘의 연기(演技)를
검은 연기(燃氣)로 뿜어내며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알아줄 사람도 하나 없으니
결국에 사람들 틈에 섞여 가면 돼
목에 걸리는 하루가 오늘도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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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로 툭하고 떨어지는 담뱃재
내 살 속으로 스며든 담배 냄새는
집에 가는 길에도 남아 있다
길 위로 툭하고 남모르게 흘린 눈물
내 삶 속으로 파고든 눈물 방울은
내 옷 위에 자국으로 남아 있다
그것을 누가 흉하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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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에
빛이 보고파 손에 쥔 담배 한 개비는
녹록치 않은 하루의 끝에서
내 인생을 상기시키며 타들어 갔다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
혹은 녹록치 않은 하루의 어딘가에 있는 당신에게 경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