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하며 가장 필요했던 마음가짐에 대하여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마음먹기였다.
'절대로 절대로 비교하지 말자'
그것이 나이든, 경력이든, 모아놓은 돈이든. 하다못해 여행해 본 나라 수까지.
내 삶의 모든 비교를 걷어내고 나니 이후의 가이드라인이 조금은 선명하게 나타났고, 비로소 퇴사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성적을 비교하고, 재산을 비교하고, 수치화할 수 없는 행복까지 비교한다. 비교를 통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비교에 대해 학습했고 행복의 척도로 사용했다. 어렸을 적부터 '누구네 누구는 이번 시험에서 몇 점을 맞았다더라.', ' 누구네는 이번에 엄청 돈을 많이 벌었다더라.' 등의 말들은 결국 남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는, 부러운 사람이 되었을 때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주었던 것 같다. 웃기게도 우리는 쉽게 남과 비교를 통해 불행해지면서 남과 비교를 통해는 절대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벌이 외제차를 몇대를 끌고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고작'이라는 생각을 하며 불행해지는 한편, 나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서 '그래도 그것보단 낫지' 정도로 생각하며 위안삼을 뿐이다. 실제 비교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찾는 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일에 비교라는 단어를 써왔던가. 특정한, 특히 수치화 할 수 있는 기준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것이 그동안 내가 느꼈던 비교와 더 유사했다.
당장 경력을 남과 비교하더라도 그렇다. 대학교 4학년부터 취업을 하고, 2년간 바쁜 프로젝트를 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모습이 주변보다 앞서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있기 때문에 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이야기다. 실력 없는 기획자가 되고 싶지 않아 낮밤 구분 없이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고, 여러 경험들은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단단함은 여유를 만드는 데에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그런데 그게 꼭 앞서가는 일이었을까? 2년간 성취를 통해 얻은 기쁨이 있었던 한 편, 무너지는 건강과 지탱하기 힘든 관계들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다.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일에 앞으로 나아갈 진로에 대해 고민도 되었다. 퇴사를 해서 당장 다시 재취업 계획도 없는 내가 언제고 앞서(있는 것처럼)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서갔다고 생각한 내 앞에 훨씬 앞서간 사람들도 있다. 영원히 누군가를 앞서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가이드라인 없는 20대 중후반의 시기는 속도를 내고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고, 그렇기때문에 속도를 가늠하기 위해 쉽게 비교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비교의 기준으로는 '있어 보이는 직장에서 돈을 버는 일' 등이 있다. 간단하고 편하고, 또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구성하는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 아주아주 크게 보아 같은 취준생, 같은 회사원 등의 카테고리로 묶어 남과 쉽게 비교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성격과 삶의 경험과 폭을 가지고 있고 타인과 100% 동일한 조건에서의 비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이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TV, 인스타그램, 유튜브, 어디를 보아도 잘나고 멋진 사람들뿐이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내가 평생 이루지 못할 성취를 이룬 사람도 있다.
나는 24살에 빠르게 취업했다. 그리고 2년 뒤에 퇴사를 했다.
박막례 할머니는 내 나이에 시장에서 아이들을 업고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그리고 70대에 구글 사장을 만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조세호는 2000년대 초반 양배추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이제는 조세호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길에서 다른 시기에 전성기를 맞는다.
지금 내 젊음이 가장 화려하게 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급할 것도 없다.
퇴사 후 내가 해야 할 일은 저울질이 아니다. 언제고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균형을 잡기 위해 무게중심을 잘 세우는 일.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위해 오늘도 차분히 호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