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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l 01. 2024

그 모든 순간들은 결코 우연들이 아니었어

살다 보면 어느 정도,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그게 30m 웨지샷이든 플레이스테이션 피파 칩슛이든 말이다. 


나 역시 어느 정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업계에서든, 친구들 사이에서든 나의 Dos and Don’ts는 명확하다. 이러한 신념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곧 브랜드와 신뢰의 영역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문제는 나에 대한 믿음이 사회나 조직의 중심세력과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태원클라쓰의 박새로이처럼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마!’ 하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생계에 위협을 받거나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 


최근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조직의 기대치가 자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포기할 것인가, 정면돌파할 것인가, 맞춰갈 것인가, 전략적으로 맞춰갈 것인가, 중도적인 태도로 맞춰갈 것인가 모두 나의 선택의 문제다. 

The Tree of Life, Stoclet Frieze, 1905 by Gustav Klimt


이러한 가치 충돌 상황 속에서, 나의 생각과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모두가 예민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의 순간들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우연이라는 탈을 쓰고 몰려온다. 그러나 나는 성재형이 오래전에 말했듯, 그 모든 순간들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우연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덤덤히 한 주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나처럼 예측할 수 없는 우연들과 고군분투 중인 누군가를 응원한다. 


얼마 전 큰 울림을 줬던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가 떠오른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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