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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pr 07. 2023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미래

N부사장님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에서 상업용 부동산 매입매각 컨설팅, 주선업무를 하신다. 분기에 한번 정도 점심식사를 하며 일 얘기, 시장얘기, 가끔 고민상담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분좋게 멀리건 주고받으며 함께한 라운딩에서 대부분 중년남성들이 그러하듯 시그니처홀에서 잔뜩 배에 힘을 준 포즈로 단체샷을 찍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이분 포징이 남다르시다. 식사 자리에서 이 멋진 포즈의 근원을 물어보니 시니어 모델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남자나이 50을 넘기다 보니 건강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자 함도 있고, 좀 더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아보고자 함이라고 한다. 하루에 한번 비타민 챙겨먹는 것도 까먹는 내가 부끄럽게 영양제도 잔뜩, 휴대용 물병을 들고다니며 알칼리수만 드시는 모습이 과해보일 수도 있지만 뭐 어떠한가 자신을 그만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 이분 여기서 더 나아가 얼마전 바디프로필까지 찍으셨다. 이쯤부터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모델 학원 다니신지도 꽤 되셨고, 몸도 탄탄히 잘 만드셨는데 모델 제안 좀 들어오지 않으세요?"     


아 힘들어요. 시니어 모델 시장이 생각보다 굉장히 치열해요. 특히 남자는요. 오디션을 적지 않게 봤는데 매번 떨어졌어요. 그래서 입상하는 모델들을 분석해봤죠. 키는 평균적으로 다 커요. 그런데 남자든 여자든 다 흰머리가 많이 있어요. 수염까지 희끗희끗하면 베스트죠. 그 동안 나이에 비해 흰머리가 없어서 어려보여서 좋아했는데 여기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시니어 남자 모델들 잘 살펴보면 실제 화보에 나오는 사람들 몇 사람 안돼요. 하던 사람이 계속 하죠. 하하.




흰머리가 있어야 시니어 모델활동에 유리하다. 젊은 백발이 되어가는 친구들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내가 다 뜨끔했다. 성장하려면 단점을 보완하려하지 말고 장점을 더 뾰족하게 부각시키라는 자기계발서 내용이야 귀아프게 들었지만, 단점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일단 첫번째로 내가 나를 잘 알아야 겠고, 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판단은 하되 단점을 단점으로 놔두면 안될 일이다. 어딘가는 분명히 존재한다. 흰머리가 경쟁력인 시니어 모델 시장 같은 나만의 장터가 말이다.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미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림은 DALL-E로 만들어 본 55세 시니어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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