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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pr 23. 2023

친절함과 집요함, 그리고 신뢰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CFO의 자세

굴지의 식품 대기업 C사의 팀장으로 있는 J선배가 한 PE로 부터 포트폴리오사 CFO로 합류 해달라는 제안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이렇게 시작한 고민상담 아닌 상담에 문득 L부사장님이 떠올라 바로 선배와 L부사장님의 점심약속을 잡았다.  


L부사장님은 채권펀드매니저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있다가 한 IT 스타트업 A사에 당시 모은 돈을 상당한 부분 투자하여 투자자이자 CFO로 합류했다. 40대 중반을 넘어가며 금융권에서의 테크트리말고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보고자 함이었다는데 말이 쉽지 당시 자녀 교육비에서부터 생활비까지 마이너스통장으로 생활을 했다고 한다. 투자자이자 CFO로서의 1차 목표는 IPO였다.


그러나 막상 기업 안으로 들어가자 단순 투자자일 때와 다른 인생이 펼쳐졌다 한다. 문과 출신 IT기업 CFO인 만큼 산업스터디부터 시작해야했고,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 의사소통이었다고 한다. 보통 내가 일하는 PE업계는 경영참여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 후 CFO를 파견한다. 투자 후 성장(Value-up)전략에 대해서는 투자 검토 단계부터 수립을 시작하고 투자 직후부터 대표이사와 CFO를 중심으로 전략을 실행한다. 그런데 L부사장님의 경우 이런 동반자 역할을 하는 PE가 없이 혼자 들어가 성장전략을 그리는 역할부터 시작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사는 수년 전 IPO를 했고, L부사장님은 그간 고생을 충분히 보상받으며 Exit을 했다. 지금은 A사에서 잘 따르던 후배들과 함께 다른 IT기업의 CFO로 합류하여 IPO라는 결실을 위한 사업전략, 투자유치, 영업까지 A사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든든한 우군들과 함께 말이다. 그의 과거에서 내가 취하고 싶은 태도가 많이 보였다. 사무실로 돌아와 곰곰이 그의 메세지를 요약해봤다.     


1) 우군을 항상 옆에, 될 수 있으면 재능기부 할 수 있는


L부사장님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뼛속까지 엔지니어의 피가 흐르는 A사의 회사소개서, 사업계획서부터 뜯어고치는 일이었다. 기술이라는 콘텐츠는 있었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표현해 줄, 자본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부족했다. 사업전략을 세우는데 피도 파랗다는 S사의 전략실에서 일하는 친구가 큰 도움을 줬다. 이 밖에 노무, 세무, 법무 등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지뢰터지듯 생기는 이슈들을 해결해 나갔다. 정말 평소 Being Kind, 선의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지 않았다면 이런 우군들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제발 좀 친절하게 살자.


2) 열려 있어라


대표이사는 CFO와 다른 인맥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CFO가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겉은 듣고 있지만 다 본인 바운더리를 통해서 Cross check이 들어간다. 정말 엉뚱한 피드백이 올 때도 있다. 화가나지. 이를 수용하며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듣고, 마인드도 많이 열려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을 알게 해야한다. 여담이지만 일정 정도 CFO가 투자자로서 본인 돈을 넣고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3) 집요함


CFO는 집요해야 한다. 대표이사와 조직원의 신뢰는 성실함도, 우직함도 아닌 집요함에서 온다. 그렇게 성공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고 따르는 직원들이 생긴다. 지금 A사에서 퇴사해 새롭게 합류한 후배들의 경우 돈만 좇아 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 L부사장님은 인연의 중요성을 알기에 후배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한다. 아무나 한테 그러진 않겠지만. 그래서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점심식사를 함께했나 보다. 이렇게 J선배와의 새로운 인연도 시작이 되었고 말이다.


*그림은 DALL-E를 통해 만들어본 빌딩숲 사이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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