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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l 09. 2023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한다는 것

아트투어를 통해 찾은 투자 인사이트

오늘은 생각보다 덥지 않은 뮌헨의 7월을 만끽하며 브란트호스트 미술관을 다녀왔다. 사이 트웜블리의 레판토 전투와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전시로부터 웅장함과 겸허함을 느끼고자 시도하였고, 일정을 마치고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앞에두고 한없이 부족한 내 식견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10박 12일. 비엔나에서 뮌헨까지 몇몇 일행과 함께 미술평론가를 모시고 아트투어 중에 있다. 지금은 그 일정의 막바지. 동반자들 전원이 나보다 나이가 많으며, 적게는 7살 많게는 30살 차이가 난다. 그리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며 이중 알고보니 굵직한 컬렉터들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이곳까지 막내로 오게되고, 때론 무거운 짐을 들어주며 오뉴월 누렁이 마냥 열심히 다니다보니 안스러운 마음에서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으셨나보다.


그런데 이분들이 내게 해주는 조언에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을 머리속에 담다보니 이게 꼭 미술 분야에만 해당되는게 아닌거 같다. 그중 두 가지 꼭지를 잡아봤다.  


역사(미술사)를 공부해라 (동행한 미술평론가와의 대화)


“ 정진씨는 왜 미술에 관심을 가지시나요? 이 여행이 끝나고도 계속 그 관심을 이어나갈 생각이신가요?”

- 금융시장에서만 경력을 쌓다보니 제 업業 말고는 관심사가 쉽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주변인들이 최근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저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 정체성은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작품을 사고 싶고, 또 수익도 남기고 싶습니다.

“예술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팁을 드리자면, 절대 트렌드를 따라가지 마세요. 그리고 가격의 등락도 따라가지 말길 바랍니다. 탁월한 예술가란 100년이 지나도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할 때는 고전부터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오래걸리는 것 같지만 그게 지름길입니다. 현대미술만 보다보면 작품을 보는 눈이 깊어지지 않습니다. 겉도는거죠. 작가를 둘러싼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신자가 아니어도 기독교에 대해, 그리스 신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대 예술가는 과거의 천재들의 기법, 화풍을 이해하고 영향을 받습니다. 누가 내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보고 작가와 작가 (가령 클림트와 쉴레같은)와의 연결성, 그 당시 시대와 작품의 맥락을 이해했을 때 희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겁니다”

“예를 들어보죠. 1800년대 후반 인상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피나코텍 미술관에 있는 ’보트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네‘를 그린 마네 작품(Die Barke, Monet Painting in his Studio Boat)의 배경이 되는 굴뚝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역사와 신화를 그리지 않고 당시 산업혁명을 본인의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했죠.“


*사진은 피나코텍 미술관에서 찍은 Die Barke, Monet Painting in his Studio Boat  

-  미술사 공부를 해야한다는 건 알겠는데 아직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 편하게 작품을 보고, 제 기준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 울림을 느끼셨나요?”

- 지금까지는 에곤 쉴레 그림에 가장 많은 눈길이 갔습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예를 들어 저 같으면 에곤 쉴레가 활동하던 당대에 영향을 크게 미쳤던 프로이드를 함께 공부해볼 것 같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말하던 인간의 억압된 욕망을 쉴레는 예술로 풀어낸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한다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계속, 때로는 외롭게 땅을 파다보면 지하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곧 그 물줄기가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연결에 연결을 해나가며 본인의 지식을 확장시켜 나가는거죠”


 질러야 할 때 질러야 한다(컬렉터와의 대화)


”미술작품 사신게 있으세요?“


-  네 얼마전 첫 컬렉팅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3-4년 동안 미술공부에만 푹 빠져 있었어요. 고전에서 현대까지 그 흐름을 직접 느끼고자 했는데, 그러다 2016년에 제가 컬렉팅을 해야 할 작가를 약 30명 정도로 추렸어요. 그후 홍콩, 스위스 아트 바젤을 포함해서 제가 선택한 작가들의 작품을 구하러 해외로 많이 다녔어요. 모든 작가가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중 10-30배 작품 가치가 오른 작가들도 있어요.“


”내가 왜 미술사 공부를 하는가를 잊지 말아야 해요. 작가를 작품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함이죠. 공부와 트렌드, 두개의 축이 돌아가야해요. 저는 작품을 10-15년 보유할 생각은 하지 않아요. 가치가 있어야죠. 미술에는 중고가 없어서 좋아요. 명품백이던 슈퍼카던 사는 순간 중고가 되어요. 그런데 미술품은 아니잖아요.“


”질러야 할 순간이 와요. 결정적인 순간에 질러야 하는데, 돌아보면 그렇게 선택했던 작품들의 성과가 좋았어요. 공부만 해서는 안돼요. 그런데 공부를 해야 지를 수 있죠.“


*사진은 오늘 피나코텍 미술관 앞의 평화로운 아침




두바이 공항 라운지에서 이 글을 마무리 중이다. 10박 12일간 종일 미술, 음악,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으니 사적인 이야기들을 빼도 대화목록이 수십장은 될 듯하다. 이걸 어떻게 내 삶에 투영하느냐는 앞으로의 숙제가 됐다. 이 여행의 동반자들은 분명한 자기분야가 있는 사람들이고, 어찌보면 제2의 영역을 전문성있게 개척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가벼운 조언 하나 가볍게 듣지 않으려 노력했다. 미술이, 예술이 내 삶의 재미를 더 풍성하게 해줄거란 확신 하나는 가지고 돌아간다. 그리고 이걸 내 전문분야로 어떻게 융합할지, 그 결과는 어떨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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