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는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LVMH 그룹의 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 벤처캐피탈) 인 LVMH Luxury Ventures의 투자기준과 보유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글로벌 패션 벤처 트렌드를 살펴보자. 이들 럭셔리 하우스의 투자 섹터와 투자원칙을 통해 한국에서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탄생시키기 위한 조건들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LVMH Luxury Ventures는 성장잠재력이 큰 신흥 럭셔리 브랜드(B2C)와 일반 소비재서부터 럭셔리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B2B 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를 한다.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LVMH Luxury Ventures는 피투자기업 경영진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브랜드빌더’ 역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 LVMH 그룹 자체가 브랜드이며, 브랜드 빌딩이라는 행위를 누구보다 이해하는 만큼 보유 인프라를 통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특별한 점은 이들은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자기자본(Own equity)을 통한 투자만 한다는 것이다. 투자 의사결정 및 중도 회수에 대한 외부 간섭이 없는 만큼 투자에 있어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다.
주요 기준은 아래와 같다.
투자 섹터
1) Beauty & Wellness
2) Selective Retailing
3) Fashion & Accessories
4) Experiential Luxury
1), 3) 번 섹터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고 보고 2)와 4)번 섹터를 부연설명 하자면,
Selective retailing의 의미는 특정 시장 및 판매채널에 집중하는 유통전략으로 초기 디자이너 브랜드 간 경쟁을 제한하고 유통비용을 최소화하여 순이익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직관적이지만 나에게 맞는 시장 및 유통채널 선택과 해당 시장 및 채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Experiential Luxury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고객이 경험하는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감정을 강조한 개념이다. 즉 고객과 감정적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분야다. 예를 들어 고급호텔은 숙박객에게 프라이빗 다이닝, 가이드 투어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패션 브랜드는 럭셔리 제품을 넘어 브랜드를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하우스 오브 디올 루프탑에 위치한 카페 디올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2019년 LVMH의 고급 호텔, 레스토랑, 기차 및 크루즈 운영기업인 Belmond의 인수가 LVMH의 Experiential Luxury 섹터의 관심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재무적 기준
1) 매출 3백만 유로 ~ 30백만 유로 (약 42억원 ~ 420억원)
2) 투자 규모 2백만 유로 ~ 15백만 유로 (약 28억원 ~ 210억원)
3) 신주 투자로 약 5~ 25% 지분율 확보
산술적으로만 놓고 보면 투자 대상 기업가치는 최소 약 11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 수준이 된다.
투자포트폴리오 중 몇 개 기업을 살펴보자. 소셜 커머스 플랫폼(Turnkey social selling solution) 인 레플리카 소프트웨어 (로레알과 공동투자), 명품시계 미디어 및 이커머스 플랫폼 호딩키, 호딩키는 시계 웹진으로 알려져 있지만 호딩키 콜라보 한정판을 판매할 정도로 유명한 커뮤니티 기반 명품 시계 유통채널이다. 초기 무신사의 시계버전 같기도 하다.
세상을 좀 더 긍정적인 곳으로 만들자는 사명감을 가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매드해피, 매드해피는 신체적 활동, 긍정적 메시지 전달, 셀러브리티를 통해 그들의 사명감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구축에 사활을 건 브랜드이다. 매드해피의 경우 지난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커뮤니티 기반 비건 화장품 브랜드 Versed, Versed는 2019년 미국 할인 유통점 타겟에 19개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Selective retailing) 하면서 론칭 하였다. 클린뷰티의 보편화라는 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 대부분 제품이 20달러 이하로 가격접근성이 높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비건 브랜드로 자리잡으며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 중이다.
LVMH Luxury Venture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아래 두 가지 조건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장기적인 안목의 ‘브랜드 빌더’ 성격 투자자금
- LVMH Luxury Ventures의 경우 100%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하지만, 한국의 벤처생태계의 특성 상 공공자금 출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벤처생태계와 상환전환우선주 투자 참고) 즉, 출자 분야가 대부분 정해져 있고, 만기는 5년에서 7년 사이이다. 충분한 만기의 브랜드 육성자금, 또는 세컨더리펀드 시장(VC나 PE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는 펀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2)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
- 패션 및 뷰티 브랜드는 브랜드 스토리와 더불어 ‘왜’ 우리는 이 채널에 독점 공급을 시작하였는지(Selective retailing),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감정을 전달할 것인지(Experiential Luxury)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Selective retailing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판매채널 및 유통 플랫폼 자체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금융-브랜드-유통’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워킹그룹이자, 파트너이자 하나의 팀으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하고, 때로는 용기도 필요하다. ‘시몬느스토리’라는 책에서 발췌한 세계 최대 명품 핸드백 메이커 시몬느 박은관 회장의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명품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되었다”
“브랜드는 재능, 마케팅, 자본 세 박자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럭셔리 브랜드는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바로 ‘문화’이다. 품질이 뛰어나면 그냥 ‘좋은 제품’이다. 가격이 비싸면 그냥 ‘고가 제품’이다. 하나지만 품질이 뛰어난 고가의 제품에 문화가 결합하면 그것은 ‘명품’이 된다. (중략) 박은관 회장은 이제 우리나라도 그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불과 5~6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다. 물론 이와 더불어 문화적으로 훨씬 더 성숙해졌다. 이와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행보 역시 재평가되고 있다. (중략)문화적 성숙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든든한 배경은 풍부한 디자인 인력이다.”
- 시몬느 스토리, 유효상, 21세기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