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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Feb 25. 2024

삶을 가꾸는 공간에 대한 정성

지난 금요일 올 해 봄에 제주도에서 스테이(Hospitality)를 오픈 예정인 J대표님과 점심식사가 있었다. 땅을 구하고, 일년 전인가 이 스테이에 대한 계획을 들을 때 까지만 해도 먼 이야기 같았는데 공

사가 진행이 되고 이제 베타서비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날 식사에서는 1월 정도 가오픈 예정이었던 계획이 길어졌던 스토리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 이름은 ‘제주 흘’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람과 삶을 살피는 살림살이를 선보이는 집, 지역과 상생하며 긴 호흡으로 문화를 만들어 가보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습지를 품은 곶자왈 동백동산, 함덕바다가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고 J대표님이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길 예정이다. J대표님의 지난 날을 살펴보면 구례의 거믄목기, 동해의 견운모, 제주의 제주옹기, 담양의 대나무 채반 등 지역 장인들과 협업하여 라이프스타일 용품들을 만들어 왔다. 제주 흘의 서비스를 위해 이 모든 것들 중 소수를 선별하는 작업만 해도 상당히 정성이 들어갈 일이다.


그리고 손님에게 선보이는 음식의 경우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 해녀가 제주의 자연이 키우고 내어준 재료로 정갈한 밥상을 준비할 예정이다. 화룡점정 격으로 금요일 식사자리에서 매트리스를 최종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 흘 기획 과정에서 평창동, 강남일대 등 수많은 주택들을(살림살이) 보러 다녔다고 하는데 대표님의 상상보다 주방기구, 침대 등 생활용품들이 다양하지 않고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우리집을 상상해보니 대략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집은 자신의 삶을 가꾸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공간에 쏟는 정성은 곧 자신에 대한 정성과도 같고요. 제주 흘의 매트리스는 좀 달랐으면 했어요. 그러다 교토에서 100년 넘은 기업이 만드는 말총(Horsehair)소재를 사용하는 매트리스를 발견했죠. 말총 자체가 가운데 빈 공간이 있고 모세혈관처럼 생겨 습기를 잘 내보낼 수 있고, 구조적으로 마이크로 스프링 역할을 해서 침대 매트리스에 적합한 전통적인 천연소재예요. 알아보니 영국 황실에서도 쓰고 있더라고요. 계속 머리속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문제해결을 생각하며 지내면 언젠가 우연히라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마주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 사업도 그래온 것 같고요“


 몇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집을 자신의 삶을 가꾸는 공간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나를 대하듯, 내가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공간에 대한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일까? 내가 J대표님과 친해지게 된 계기는 회의실에 걸려있는 중용 23장 액자 때문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근간이 되는 삶의 철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중용 23장이라 답할 수 있다. 소소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하고, 그 정성이 나와 세상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우리 인연의 시작점을 생각하니 J대표님이 교토에서 말총 매트리스를 만나는 과정이 이해가 되었다. 꼭 비싼 물건을 살 필요는 없다. 내가 시작할 수 있는 내가 일하는 공간, 사는 공간에 대한 정성은 무엇일까. 변화는 거기서 시작될 텐데 말이다.


*그림은 DALL-E로 상상해본 제주흘에서 바라본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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