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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카리 Nov 07. 2023

욕망녀가 되다.

이래서 특목고를 보내려고 하나 보다.

 습관적으로 나에게 던지는 차가운 웃음, 냉소. 글쓰기는 나와 안 어울린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우연히 이은경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좋아서 닮고 싶어서 ‘쓰기’라는 미지의 세계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독서록 인스타 게시물에서 “달라지길 원해? 그럼 먼저 뭔가 다른 것을 기꺼이 해!”라는 문구에 꽤나 도전을 받았는데 그즈음에 슬초브런치프로젝트를 만나게 된다. 내 삶이 달라지길 희망하지만, 브런치 작가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내 글 수준으로는 걸그룹 센터가 되는 것만큼 불가능할 테고, 워낙에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혹시라도 유명해지면 어쩌지라는 (어이없는) 생각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것은 글을 첨삭받아보고 싶었고, 달라지길 원하는 나에게 필요한 뭔가 다른 것이 바로 '이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첫 수업에서 보니 함께 글을 쓰고자 모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욕망녀(남)들이 바글바글했다. 다들 이렇게 글쓰기에 진심이라고? 오메~ 잘못 찾아와도 한참 잘못 찾아온 것 같았다. 환불해 주신다는데,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진심으로 울고 싶었다. 선생님도 욕망 있는 사람을 좋아하신다고 하신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내 안의 욕망이란 게 무엇인지 머리를 굴려보지만 안 떠오르니 나 자신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아뿔싸. 1주 차 과제에서 브런치 작가 이후의 목표를 적어내란다. 어떡하지. 난 작가가 될 생각조차 없는데. 그래도 과제는 제출해야 하니까 욕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살다 와서 막연하게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것을 적어냈다. 흙수저 탈출을 위해 죽어라 개고생 하신 아빠 덕분에 얻은 일본어라는 유일한 나의 특기. 덕분에 난 지금도 감사하게도 그거 하나로 먹고살고 있다. 비교적 튀어야 사는 한국보다 튀면 죽는 일본 문화가 나에겐 잘 맞아 행복한 일본에서의 시간을 보낸 터라 사랑하는 두 나라가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첫 과제 제출 후 남편이랑 산책을 하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남편의 꿈은 무엇인지 물어보니 한참을 생각한다. 힌트를 줄 생각으로 나의 꿈에 대해서 먼저 말해주니, 두 눈이 커지며 놀란다. 우리 OO이 정말 멋지구나! 딸을 칭찬하듯이 대견해했다. 아 그런 건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는데.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다른 작가님들이 적어놓으신 것을 살짝 엿보니 욕망이 없다던 나는 누구보다도 원대한 욕망을 써놓았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었다.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른 어처구니가 없는 나 자신이 웃겼다.

      

푸하하하하

 퇴고를 거듭하니 선생님 말씀대로 정말로 글이 점차 나아진다. 요놈, 매력적이네. 더 알아가고 싶어 진다. 하지만 하나둘씩 동기분들의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진심으로 축하드렸지만 발행하신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쓰이고 좌절되었다. 다이어트하니까 저녁을 안 먹겠다고 해놓고 단백질이라며 치킨을 먹는 것처럼 모순되는 현상이다. 너 작가 되고 싶지 않다며? 객관적으로 형편없는 글쓰기 실력인 것이 확연했기에 마음을 내려놓았으니 상처받을 일도 없고 조용히 쫓아가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은연중에 자꾸 비교하며 좌절하게 되었다. 그런 중에도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선생님들의 격려와 칭찬이었다. 나를 춤추게 하셨다. 칭찬의 힘을 몸소 체험한 그날부터 우리 아들에게도 이전보다 더욱 마음을 담아 칭찬의 말을 해줄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동기님들이 합격 소감을 남길 때마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동기들에게도 고맙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 뭐가 고맙지. 진.짜.로.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결과에 쿨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지원하고 나서부터는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고,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합격통지를 보고는 누구보다도 간절했던 사람처럼 눈물까지 나면서 동기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고 있었다. 또 하나, 엄마들이 자녀들을 특목고로 보내고 싶어하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사고에서도 일반고에서도 근무해 본 사람으로 어느 학교가 중요한가 보다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디서든 학생이 하기 나름이라는 나름의 신념 같은 게 있었는데, 주변 친구들의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이야.   

  

 부끄럽지만, 주변 친구들(동기 욕망녀들)의 좋은 영향을 받아 나의 욕망을 적어보자 한다. 

1. 퍼스널브랜딩에 성공하고 싶다. 콘텐츠를 계속 창작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쓴 글에서 다른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즐거움을 얻게 되는 그런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 예를 들어 한국에 와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일본인 엄마들에게 정보를 나눠주고 싶다.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타인에게도 기쁨을 주고, 나 또한 기뻐하며 살아가고 싶다.     

2. 일본어로도 잘 쓰고 싶다. 이미 글을 일본어로 바꿔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시도중인데,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더욱 쉽지 않다. 이제는 일본어를 많이 까먹어서 어학연수 하러 일본에 다시 가야겠다고 농담을 하면 가장 한국어가 어설펐던 그때 나를 만난 친구 수경이는 못 믿겠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다. 이번 기회에 내 글을 일본어로도 번역도 하고, 일본어로 글을 쓰며 어휘와 글쓰기 실력을 항상 시키고 싶다. 




이제는 나에게 차가운 웃음이 아닌, 따뜻한 웃음을.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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