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8. 극적 변화. 새로운 장의 도래

by 전구슬

하쿠는 그렇게 A의 집에서 한 달을 살고, 다시 나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고작 그 한 달 사이에 극적이고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간헐적인 실금도 줄어든 것이다. 변의 경도도 상당히 개선되어 실금을 한다 하더라도 분변 덩어리가 팬티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A의 집에 있던 마지막 일주일에는 실금의 횟수도 0~1번 정도로 감소하였다. 따라서 팬티를 입으면 어떠한 문제도 없이 실내생활이 가능한 완전한 집개로 거듭났다(드디어!). 행복한 눈물이 나면서도, 놀라운 마음에 원인 분석을 해보았다.


일단, 대형견 입원실은 ICU(집중치료실)와는 달리 바이탈을 유지하기 위한 부수 장치들이 없었다. 또한 종종 입원실에 들리면서 주기적으로 히터를 틀어주거나 에어컨을 틀어 줄 뿐, 하쿠를 케어하기 위해 24시간 상주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 공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쿠는 원래 시바견으로 중형견이지만 실외견 아닌 실내견이다. 또한 따라서 온도 변화에 튼튼한 실외견들과는 달리, 좀 더 일정한 실내온도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또한 입원장은 분리된 공간이긴 했지만 입원실 공간 전체로 보면 실험실 비글들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깔끔한 하쿠의 성격상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이다. 혈기왕성한 비글이 여기저기 대소변을 보는 공간에서는 아무래도 집에서 키우는 것만큼 편안하고 위생적으로 생활하기가 힘들다. 지만 하쿠가 한 달 동안 지낸 A의 집 화장실은 평소 쓰지 않던 공간으로 깔끔히 유지된다고 하였다. 방과 연결되어 있어 문을 열어 놓고, 울타리로 방과 경계를 지어 분리해놓았을 뿐이다. 따라서 온도도 방안과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또한 바깥 환경처럼 상재균이 많을 리도 없고, 하쿠도 팬티를 입고 있으니 똥칠을 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수준으로 깨끗이 유지되었을 것이다. 결국에는 생활환경 또한 주요한 인자였던 것이다.


덧붙이자면, 여러 사람이 오고 가는 시끄러운 병원이 아니라, 단란한 가족들이 주는 사랑과 관심 또한 하쿠가 건강히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환경개선의 효과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꾸준히 운동을 통해 배변에 도움이 되는 근육을 키워온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식이 변화로 장 기능이 건강해짐과 동시에 적절한 변의 경도가 완성되자 실금 또한 눈에 띄게 사라진 것이 그 증거가 될 수 있겠다. 그렇게 하쿠는 점점 실금이 줄어들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실금을 하지 않는 건강한 개로 자라나 있었다.


분명 A의 집으로 기차를 타고 떠날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은 하쿠의 약한 장 때문에 다시 또다시 묽은 변이 흘러 이동장에 가득 묻히게 되었고, 냄새가 심해서 A는 하쿠와 함께 입석 칸에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작 한 달 후, 나의 집으로 돌아올 때는 똥이 팬티 밖으로 튀지도, 흐르지도 않고, 거의 산책을 할 때만 분이 나오는 상태까지 개선된 것이다. 나의 자취방으로 오고 나서도 하쿠는 더욱 발전하여 간헐적인 실금조차 거의 없는 상태로 배변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배변장애가 이렇게 놀랍게 고쳐질 수 있다니. 운동, 생활환경 변화 그리고 식이조절, 세 박자가 모두 잘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이는 항문을 만드는 수술을 하고 약 1년 반 만이었다. 물론, 지금도 하쿠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분변을 흘리곤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쉴 새 없이 흐르는 분변이 아니라, 약간 묽게 흘러내려 묻어있을 정도로,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에서 이제는 많아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따라서 사실상 평소에는 팬티를 입히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더 많다. 처음에는 산책 후 엉덩이를 씻고 말리기 위해서 잠깐 팬티를 입히지 않다가 요즘에는 그 필요성을 잘 못 느껴 거의 입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가끔씩, 너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대대적인 목욕, 사료가 아닌 간식을 먹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등등)를 받을 때만 팬티를 입고 생활을 한다.


이는, 다른 무 항문증을 갖고 있는 강아지들에게도 희망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수술 후 실금은 1) 적절한 환경(깨끗하고,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고, 스트레스가 적은, 또한 감정적으로도 편안한)과 2) 적절한 식이, 그리고 3) 운동을 통해서 괄약근이 거의 없는 무 항문증으로 수술받은 강아지들도 정상견과 같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무 항문증으로 태어났지만 수술 후 적절한 재활치료로 정상적인 생활 활동을 해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강아지의 경우, 많은 경우에 무 항문증으로 태어나면 대다수 버려진다. 또는 수술에 대한 포기로, 안락사를 당하기도 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도 무 항문증을 가진 강아지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첫 번째로는 하쿠처럼 무 항문증 강아지가 정상견과 같이 생활해내 갈 수 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겨질 만한 가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는 소소하지만, 팬티를 입는 이 강아지의 사연을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세 번째로, 하쿠와 같이 무 항문증을 가진 강아지들이 술후 향후 관리 문제로 유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하쿠의 케이스를 글로 남겨 공유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무 항문증 강아지들이 있다면, 수술을 하고서 포기하지 말고 위의 삼박자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먼저 해보자고 설득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모든 강아지들이 하쿠와 같이 극적이고 행복한 결말을 갖게 되리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자기 자랑처럼 들릴까 겁이 나지만, 성공의 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강력히 짚고 넘어가야 할 명제가 있다. 시작은 비록 막연한 희망과 무모함 때문이었을 순 있겠으나, 시간이 지나며 이 작은 강아지에 정이 들어 버렸다. 따라서 어느 순간부터는 하쿠가 내 곁에 있어주기를 필요로 했다. 어떻게든 이 똥쟁이가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기를 기도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똥을 계속 흘린다 해도 책임지리라 다짐했다. 따라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함께 하겠다는 마음속의 명제가 있었기에 가망 없어 보이고 힘들었던 긴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끝내는 감사 하게도 성공으로 연결된 것 같다.


사실 실금의 양과 질에 대해서 눈에 띌만한 변화가 있긴 했지만, 하쿠는 여전히 배변 실금 장애를 가진 강아지이다. 따라서 식이도 엄격히 조절해야 하며, 팬티를 종종 입게 된다. 하지만 큰 산을 넘은 우리에게 있어서 그건 그리 중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음 장부터는 이 똥쟁이 강아지가 개과천선한 후 장애를 극복해서, 우리와 어떻게 한 지붕 아래, 행복하게 서로의 삶을 공유하기 시작했는가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이지만,

신념을 가지고 살아 내다 보면,

마침내. 어느 순간에는 선물 같은 시간들이

모퉁이에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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