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7. 하쿠 팬티 제작기

by 전구슬

어느덧 그렇게 하쿠를 돌보게 된 지도 약 1년 반이 흘렀다. 질병의 차도는 지지부진했고, 운동에 대한 의무는 일상으로 남아 이어져가고 있었다. 반면에 대책 강구에 대해서는, 무더운 여름 땡볕에 피어난 아지랑이처럼 어딘가로 줄줄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발열하기만 할 뿐. 상황을 돌파할 시원한 탈출구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더 이상 학교 병원에서 하쿠를 돌볼 수 없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하쿠는 종종 똥을 흘리고 방을 더럽힐 뿐, 더 이상 병원의 케어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아픈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원 분들께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하쿠를 다른 입양처에 보내는 것도 생각하시는 듯했다. 하지만, 입양이 되지 않는다면 하쿠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동물병원 사람들이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이 경우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였으므로, 마음이 더 초조해졌다. 따라서 사정상 내가 좀 더 하쿠를 제대로 케어할 수 있을 때까지, A의 집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르게 되었는데, 막상 누군가의 집으로 데려가 키우려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단, 집이라는 곳은 대개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한 식구가 생기는 것에 대해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또한 집이란 공간은 구성원마다 추구해오는 가치를 표상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를 침범한다는 것은 꽤나 중차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하쿠를 데려갔을 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두려웠다. 하쿠가 지금처럼 분변을 묻히며 어지럽히다가(하쿠는 때때로 몸을 부르르 털었는데 그럴 때면 변이 원심력을 이용해 사방으로 튀었다.) 온 집안을 더럽히면 어떻게 하나.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꾸역꾸역 밀어붙이더라도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하쿠를 실내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무렵부터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던 하쿠 팬티를 한시라도 빨리 만들기로 했다.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다음과 비슷한 도안을 그려보았다. 일단, 변이 흘렀을 때 그것이 사방으로 튀지 않고 아기 기저귀처럼 팬티 속에 머물러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쿠용 실금 팬티를 구상하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은 강아지들이 사람처럼 직립하지 않고 네 발로 걷기 때문에 위와 같이 만들려면 배를 비롯한 비뇨기계가 속옷 안에 덮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배뇨를 못할 텐데, 하지만 하쿠는 어차피 실외 배변을 하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실외 배변 배뇨가 처음으로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부끄러운 도안이었지만, 일단 이것을 실현시켜줄 곳을 찾았다. 유명 지하상가에 있는 강아지 옷 제작 공방을 찾아갔으나 퇴짜를 맞았다. 강아지용 실금 방지 팬티라니 아마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곳은 잘 없을 거라 말씀하셔서 더욱 소심해졌다. 솔직히 도안대로 만들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는 아귀가 잘 안 맞는 일이었나 보다. 천이라도 사서 직접 만들어야 되나 싶었지만, 이내 나의 형편없는 재봉틀 실력이 떠올려져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욱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한 끝에, 결국 이 지역 어딘가에 있는 맞춤 속옷 제작공장을 한 곳 더 찾아내었다. 사람을 위한 아기 속옷 제작 공장이었지만, 그래도 같은 속옷인데 한번 문은 두드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서칭을 하다 우연히 찾은 곳이라 전화번호도 없었다. 대략적인 가게 사진과 지도만 구하게 되었으므로,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꽤 오래 타고, 처음 보는 골목을 걸어 나가고, 생전 처음 가는 길들을 마주했다. 공장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그저 소소한 일상적인 가계들이 줄지어 있던 곳이었다. 잘못 온 것이 아닐까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들어 돌아가고 싶어 질 때쯤, 찾던 아기 속옷 가계가 보였다. 매장 자체는 규모가 크지 않고 다소 아담한 곳이었지만, 매대 앞에 다발로 묶여 진열된 속옷들을 보니 아, 이곳이 아기 속옷 공장은 맞는구나 싶었다. 맞춤 속옷 제작이라고도 쓰여있었기 때문에 사장님께 오게 된 경위를 자초지종 설명드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온 답변은 안타깝다는 말씀과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이었다. 이곳은 아기 속옷을 대량으로 제작하는 곳이어서 강아지용으로 특수 속옷을, 그것도 특별히 하나만 제작하기는 힘들다고 하셨다.

낙담스럽지는 않았다. 그 순간 그럼 '삐뚤빼뚤 끔찍하겠지만 내가 한 번 만들어 보지 뭐... 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사장님께서 아기용 팬티에 구멍을 내고 꼬리만 빼서 입히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종종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중에서, 아가 옷이 좋은 천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강아지들에게 입히는 걸 봤다고 하셨다. 보통 아기용 나시 옷이었을 테지만, 팬티도 꼬리 구멍만 내면 되지 않겠느냐고. 아. 정말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이미 구조적으로 완벽한(두 다리가 나오고, 엉덩이가 가려지고, 변이 도망갈 틈이 없는) 아가 팬티에 구멍 하나만 뚫어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사장님께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지금도 여전히 감사드려요!:)) 하쿠의 배를 비롯한 몸통이 졸리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크기(하쿠의 경우 아기 사이즈 60호)의 아가 팬티를 사서 다시 학교로 향했다. 꼬리 부분을 동그랗게 잘라 입혀보니 정말 딱 되었다. 더 부수적인 장치가 있을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면이라 보다 안전하고, 생각보다 천이 두꺼워서 변도 잘 묻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변이 예상대로 흐르거나 떨어진다 해도 딱 팬티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다만, 가위로 자른 부분은 실밥이 터져 나왔으므로 약한 항문 주변 피부에 자극이 될 것 같았다. 따라서 서투른 솜씨였지만 어디선가 본 바느질 기법으로 테두리를 매워주었다(나중에 알았는데 이것을 버튼홀 스티치 기법이라고 한다). 가까스로 완성된 샘플 하나가 생겼다.


그 후 같은 사이즈의 팬티를 여러 벌 사서 , 똑같이 구멍을 내었다. 꼬리 주변을 마감하는 공그르기 기법은 학교 주변 수선집에 가서 하려고 했는데, 수작업이라 시간이 많이 드니, 수선집 할머니께서 더욱 쉽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반은 할머니가, 반은 내가 하는 식으로 완성하였다. 가까스로 하쿠가 A의 집으로 출발하기 전날까지 매일 입힐 팬티들을 완성하였다. "세상에나, 강아지 실금 팬티라니. 내가 이런 일도 하다니!" 수선집 할머니도 참 웃긴 일도 다 있다며 깔깔 소리 내어 웃으셨다. 옆에 서있던 나는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처럼 얼굴이 불타올라 조금 부끄러웠지만 뿌듯했다. 실금 팬티 문제가 해결되자 다소 안도하게 되었다. 뭐라도 시도하다 보니 무엇인가는 되는구나 싶었다. 여하튼 하쿠는 새로운 팬티를 입고 A네 집 화장실에서 한 달 지낸 후( 하루 두 번 산책과 함께), 다시 나의 새 자취방 베란다(심야 난방이 아니고 좀 더 신축이라 따뜻하고 깨끗한. 무엇보다 베란다가 아담하고 깨끗했다.)로 돌아오기로 했다. 마치 아가를 유치원에 보내는 첫날, 가방을 싸주듯이 속옷 가방을 싸주는데 걱정과 애틋함이 뒤섞여 복잡한 마음이었다. 부디 별 탈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내야 해 하쿠.


이전 07화Chapter 1  #6. 집개!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