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의미
나는 쿠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어도 ,
미운 마음으로 인해 상처 받을까 쓸모없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혹여나 네가 볼까, 거르고 걸러 표정을 택하지도 않는다.
너에게는 어떤 체할 필요도, 아예 다른 이가 될 필요도 없다.
수학적으로도 완벽하다. 나에게 있어 존재하고, 유일하니까.
그저, 내 옆에 영원히 그렇게 따스하게 있어주면 된다.
크립토나이트에 찔리고도 다시 힘을 찾는 슈퍼맨처럼, 나에게 너는 태양과 같은 존재다.
새어 나오는 약한 조명이랑
보들보들한 레몬 담요랑
내 친구 펭귄 베개랑
가만히 가만히 있다 보면...
어제는 사라져 버리는 거야.
적당함
요즘따라 뇌가 메마른 사막같이 텅텅 비어서, 책이나 사볼까 하고 서점에 갔다.
이 책은 인생의 겉 부분만 핥는 것 같아. 너무 가벼운 것 아닐까.
이 책은 너무 무겁잖아, 일주일을 여기에 끌려다니기 싫어...
변덕쟁이 깐깐쟁이처럼 굴다가 결국 내 마음에 드는걸 쉽사리 찾지 못하고 계속 서성였다.
일상을 살아갈 때, 쉽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것.
맹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과 아쉽지도 않은 것 사이의 적당함을 갖고 있는 것은 잘 없다.
나를 뿌리째 흔들지 않으면서 적당한 삶의 원동력을 갖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항상 필요한 것은 딱 그 질량만큼 존재가 간결한 것인데,
구태여 만들어진 것 중에는 그런 것이 잘 없다.
그래서 너는 참 신기하고 소중하다.
나에게 있어 언제나 완벽히 적당하다.
예를 들어 햇빛 자리안에 누워있는 너의 모습이 그렇다.
쿠는 창가를 좋아해
사람들이 오가는 것도,
새들이 눈높이에서 지저귀는 것도,
따뜻한 햇살 자리도
완벽해
이따금, 더워서 헥헥거리더라도
이 자리는 쿠 자리야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
오늘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아주 진귀한 경험을 했다.
나는 내가 세상을 보는 슬릿이 옳은 줄로만 믿었는데,
그분은 다른 각도의 슬릿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다른 슬릿 앞으로 통과하는 세상은
반대편 프레임에 도달하여서도 다른 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내가 놓은 슬릿은 항상 180도 팽팽 돌아가서
중구난방 점이 찍히는 느낌이었거나,
한번 고정됐다 하면 때때로 엇나가 무겁고 부정적인
방점으로 종종 끝나곤 했다.
하지만 그분의 슬릿은 한 각도로 단호히 고정되어있었고,
꽤나 명확한 결과물들이 찍혀있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럴 것 같았다.
세상을 보는 셀로판지라고 생각해도 그렇다.
나의 셀로판지는 붉디붉어서 붉지 않은 것들은
까맣게 나의 속도 태워놓곤 했다.
하지만 그분은 투명한 셀로판지로
가감 없이 정확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
도덕심이나 분노나 그 어떤 잡다한 마음 없이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하고,
한발 떨어져 자신의 색깔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투명함이 있었다.
먼가 신대륙을 찾은 느낌이었는데,
나도 곧잘 나의 신대륙을 찾아 항해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었다.
배를 출발시키려 보니, 두려움과 엄숙함이 밀려오는 것이
약간의 귀여움과 순수함, 여유로움이 동승한다면 이 길이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우르기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듯하다.
인간은 삶의 방향을 선택해야 되는 의무가 있나 보다.
따라서 후자의 가치는 하쿠에게 맡겨두어야 할 것 같다.
사람은 사람의 일을 할 테니, 너는 앞으로도 그렇게 순수하게 평안과 행복이 되어주었으면.
이따금 너무 다른 길로 가지 않게, 지표가 되어주었으면.
나는 아직 이룬 것이 없는데,
하쿠는 이미 이루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보조를 맞추려면 더욱 정진해야겠다.
간단한 게 좋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