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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Dec 16. 2022

올해의 생일 키워드는 ‘태어남’이다

마음이 평온하고 단단해지는 과정

어릴 때는 생일이면 어떤 선물을 받게 될지 기대했다. 꼭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물건을 사달라며 떼를 썼다. 그거라도 있으면 위로가 될 것처럼 행복했다. 다만, 그 행복함이 너무나도 짧은 게 문제였다.


어른이 되고 나니 선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물질적인 것을 뛰어넘어, 그 이면에 담긴 의미도 헤아려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다. 굳이 유형(有形)의 선물을 받지 않아도 좋다. 내 곁에 있어 줄 소중한 사람, 진심이 담긴 축복 한마디에 충분했다.


살아오면서 일정 기간마다 나 자신을 의심하며 방황했다. 난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난 왜 그런 이름을 갖고 태어났는지, 그게 진짜 나랑 어울리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어떤 업무에 성취감을 느끼는지.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보았고, 그 질문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다 문뜩 엉뚱하고 연관성 없어 보이는 고민거리 속의 모습도 전부 나란 걸 알게 되었다. 인간은 복잡한 사회생활 속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방황할 게 아니라, 때와 장소에 맞는 센스 있는 대처가 필요했다.


올 한 해는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소중하고 뜻깊은 한 해였다. 초봄에는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짧은 연애를 했지만, 사랑에 대한 새로운 마인드셋을 갖게 되었다. 해서 이별했다고 사랑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진 않았다. 무엇보다 혼자일 때도 외롭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혼자일 때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야 연인관계에서도 적절한 자유를 다룰 수 있음을 깨달았다.


여름에는 6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떠나기로 했다. 정든 곳을 떠나야 하니 사뭇 아쉬웠으나 직장에서는 공과 사를 적절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누군가를 믿는 동시에 적절한 거리두기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그 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게 되었다.


가을에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우린 모두 밝은 별이라며 나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누군가 칭찬해주면 당당하게 ‘나의 장점을 알아봐 줘서 고마워.’라고 얘기하고, 누군가 아프고 힘들다면 ‘나도 해냈으니 조금만 더 힘내 봐.’라는 씩씩함을 보여주었다. 누군가 방황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원하는 걸 일단 실천해보라는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그 전에는 왜 몰랐을까? 나의 인생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올해는 정말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10월은 내가 태어난 달이다. 푸른 늦가을의 하늘처럼 올 한 해는 맑은 영혼들과 데이트한 기분이다.


서른 너머 인생의 진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진정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달은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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