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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Feb 15. 2023

의지 약한 자는 약속도 자주 어긴다

자율성에 대한 자아 반성


지켜지는 약속보다 깨버리는 약속이 흔한 요즘이다. 이번 주말은 카페에서 독서하며 자기 계발하기로 다짐했건만, 의도치 않은 점심 약속이 나의 계획을 망쳐버렸다. 느긋한 주말 오후를 보내다 결국 카페에 가지 못했다.


지난 주말도 계획했던 일정이 오전부터 틀어지는 바람에 남자친구와 가기로 했던 전시를 취소했다. 시간대별로 정해진 일정에서 꼭 필요한 일과 불필요한 일을 구분하고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였다.


얼핏 보면 두 번의 약속을 취소한 이유가 비슷해 보이지만, 명확하게 다르다. 전자는 의도치 않은 약속으로 인해 나의 계획을 변경해야 했던 것이고, 후자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전시회를 취소한 것이다. 또 다른 게 있다면 전자는 나 본인과의 약속이고 후자는 나 빼고도 공동 참여자가 있는 약속이다.


그날 남자친구는 나의 일방적인 행동에 화를 냈다. 별생각 없이 내린 나의 결정이 믿음을 저버린 셈이다. 그게 나의 버릇이었단 걸, 그제야 깨달았다. 온전히 나의 문제였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었다. 어디부터 어떻게 기본기를 다져야 하는지 막막했고 막상 시작해 보니 현실은 상상과 달리 잔혹하고도 치열했다. 작은 좌절에 마음이 흔들리고 초심도 희미해졌다. 그러다 현재의 삶에 안주했다. 꾸준히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하루쯤 쉬어도 된다고 방치하는 순간, 그다음 날도 무너지기 십상이다.


최근에 정규직 전환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근태 사항 및 복무규정 사항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을'은 시업 시각 이전에 출근하여 업무수행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하여야 한다.


입사 첫날부터 실습 기간이 거의 끝날 무렵까지 지켰던 조항이다. 하지만 지각한 만큼 늦게 퇴근하면 그만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시업 시각 이전에 출근한 적이 거의 없다. 계약 조항부터 어기는 습관이 나의 자율성을 파괴하고 있었다.


지각했으니 늦게 퇴근하면 된다.
오늘은 주말이니 처져도 된다.
어차피 귀찮으니 취소하면 된다.
어제는 열심히 했으니 오늘은 쉬엄쉬엄해도 된다.


자기 합리화에 따른 무책임한 방치가 의지력을 무너뜨렸다.



20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친구가 업무 상 연예인을 자주 만나는데, 최근에 잘 나가는 여배우를 만나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친구가 던진 질문에 잠깐 고민하더니 그녀는 본인의 입장에서 깨달은 인생 답을 풀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게 인생입니다. 채찍질하며 살아가다가 지치거나 힘들 때는 그냥 쉬셔도 됩니다. 망설이지 말고 푹 자고 잔뜩 마셔도 좋아요. 한 번뿐인 인생을 굳이 계획대로 딱딱 맞아떨어지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활력을 되찾았을 때는, 목표를 향해 계속 달리면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 또한 삶의 균형을 맞추는 패턴을 그렸다. 쉬었다가 컨디션이 회복되면 자기 계발에 몰두하기. 장기간 투자하지 못하면 매일 짧게라도 꾸준히 유지하기. 배우가 알려준 인생 조언과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그 자유로운 일상에는 무형의 언약이 있었다. 밖으로 내뱉진 않았어도 분명 약속이나 계약과 다름없었다. 목표나 계획은 사라지지 않으며 또한 사라져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자신과 했던 약속은 미룰 수 있으나 깨지 말아야 했다.


지킬 수 없는 생각은 깊이 묻어두기로 했다. 대신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자주 상기시키며 뼈와 살이 되도록 명심하기로 했다. 관습적으로 엎어버리는 행위를 차츰 고쳐 보기로 했다. 척추가 비뚤어지면 스트레칭과 교정기를 쓰면 도움이 될 텐데.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인간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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