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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Feb 17. 2023

괜찮아? 아니, 절대 안 괜찮아!

내 곁에는 항상 내가 있어

아프다 가도 상처가 아물면 잊힌다. 흉터가 남았는데도 바쁜 일상에 몰두하다 지난 일은 가물가물하다. 기록이 고스란히 남겨 있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지인들은 내가 의젓하고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라 여긴다. 직장에서는 팀장이고 집에서는 누나 대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 보니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었을지도 모른다.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가 없지만, 한 집안의 가장, 한 팀의 리더로 지냈다. 그들은 내가 스스로 좌절을 해결하고 감정을 추슬렀던 세월의 그림자를 본 것이다.


최근 들어 남자친구와 이런저런 일로 자주 다투거나 실랑이를 벌였다. 사실 나의 과대망상과 지나친 욕심 때문에 시작된 감정의 소용돌이다. 생각이 많아지거나 서운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온전히 지난 경험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트라우마 탓이다. 상처가 아물었어도 내 몸의 일부로 남아있었다. 그때는 아파도 참고 슬퍼도 참았다. 다 지나갈 거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견뎌냈다. 하지만 그 ‘괜찮다.’는 주문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


지나고 나니 잊힌 일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자 몸이 반응을 보였다. 영화 보다가 배우들의 메서드 연기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경연자가 무대 위에서 울컥하는 모습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연애 관계나 형 동생 사이에 있었던 배신은 두려움으로 남았다. 지금은 그때랑 다르다고 달래 보지만, 응어리가 되어 몸에 박힌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펀치라도 날렸으면 좋았을걸. 가슴속에 뭉친 독극물을 삼키지 말았어야 했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겠지? 내가? 할 수 있을까? 참, 습관이란 고약하고 무서운 놈이다.


어릴 때부터 상심하고 아플 때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그런 걸까? 부모님이 곁에 없으면 문제가 터질 때마다 스스로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속삭였다. 그게 정답이 아니었던걸, 이제야 깨달았다.


타자에게 할 수 있는 멘트가 있고 하면 안 좋은 멘트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가 있고 상처가 되는 행위가 있다.
모든 인맥이 도움 되는 게 아니고 인맥을 아예 늘리지 않는 것도 좋지 않다.
주말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가성비가 높은 투자인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교과서에 없는 지식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했다. 하고 싶은 일도 눈치 보여 참은 적이 수두룩하다. 나보다 남을 먼저 헤아렸다. ‘난 괜찮으니까 상대가 불편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다 나만 속상하고 힘들어 앓아누웠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뭐가 괜찮다는 건가. 넘어져서 그냥 아픈 건데 뭐가 괜찮다는 거지. 속상해서 슬픈데 어찌 괜찮다고 할 수 있지. 사회의 프레임에 갇혀 마음의 소리를 외면했다.


안 괜찮다! 그냥 싫다! 속상하고 짜증 난다!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로 남을 일은 두 번 다시, 아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도하고 또 기도해 본다. 내 마음에 '괜찮아'가 아닌 '괜찮니?'라고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어린아이가 되어 순수한 감정에 충실하고 누군가의 자식이기 전에 독립적인 사람인 걸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정말 애썼다. 이제는 잘 지내보자.




이 글은 팀 라이트 작가님들의 글에 감명받고 쓴 브런치입니다.

https://maily.so/teamwritelight/posts/01 ba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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