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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솔 Mar 24. 2023

내 삶은 그대랑 같지 않아

잣대는 본인한테만 사용하기를

번잡한 시장이나 클럽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 하겠지만, 낯선 사람이 많이 모여 있다면 달갑지 않다. 사적인 공간이 침범받는 기분이라 조심스럽다. 신나게 즐기거나 집중할 타이밍에 불쑥 끼어드는 거나 다름없다. 본인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면서 선을 넘는 행위는 자각하지 못한다.


아예 낯선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닌, 홈파티나 사내 워크숍은 좀 다르다. 그곳에 참석했다는 것은 컨디션이 좋은 날이다. 친구나 지인이라면 나의 성적 취향에 대해 반감을 느끼지 않는 사이일 거고 동료라면 공적인 관계라 선을 지키는 매너가 있다.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난감한 상황이 별로 없다. 문제는 항상 가까운 사람이다.


올해 몇 살이니? 결혼은 언제 할 거야? 너희 엄마, 아빠가 손주 기다리시잖아.
연봉은 얼마야? 월 100은 저축해야지. 여행 갈 돈이 없다고? 그동안 돈 벌어서 뭐 했어?
어린놈은 그만 만나. 너도 이제 성숙한 연애 해야지. 쓰레기는 그냥 잊어…


다정하기를 기대했던 사람이 위로가 아닌 가시 돋은 말을 퉁명스럽게 던진다. 걱정하는 마음에 쓴소리 한다지만, 보잘것없는 한마디에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로 남는다. 하물며 처음 가 본 음식점 사장도 ‘손님, 훤칠하고 잘 생겼네.’ ‘말도 이쁘게 하고 꼼꼼한 성격이네.’라는 빈말이라도 하는데 말이다.


사회 초년생은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았으니 흔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살아보니 다른 사람이 조언이랍시고 한 얘기는 당사자의 입장에나 맞는 말일뿐이었다. 결국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는 것이었다.


몇 살이든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할 수 있는 거고 혼자 지내는 삶이 행복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부모는 노후의 지루한 생활에 어린 생명체가 나타나 일상을 채워줄 기대로 자식을 낳진 않는다. 오로지 사랑의 결실이라 바라봐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는 것은 온전히 나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야 한다. 둘 사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듣고 맛본 게 아니라면, 결코 이래라저래라 핸들링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성숙함도 좋지만, 순진무구함도 매력이다. 각자의 취향이 다르고 페로몬을 자극하는 요소가 다른 것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어쩌면 가장 예민한 수입에 대한 질문이다. 연봉을 얼마나 받느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다. 알게 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본인보다 높다면 자극받아 더 열심히 살 것인가? 아님, 자기보다 적게 받아 내심 위로가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급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떠보는 걸까? 지극히 사적이고 비밀로 간직해야 하는 부분을 쿡 찌른 거나 다름없다.


많든 적든 나름 본인의 잣대로 알뜰하게 잘살고 있는데, 적금은 얼마 들어야 하고 비자금은 어느 정도 둬야 하는지 간섭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식대로 사용하든 문화생활비용으로 지출하든 본인의 행복지수가 높다면 그만인 것을 굳이 참견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보험도 적당히 들고 있고 적금은 많지 않지만, 꾸준히 모으려고 노력한다. 연애하기 위해 지출을 절약하지도 과소비하지도 않고 여행 비자금도 마련해 보려고 준비한다. 그동안 필요하지 않아 딱히 대비하지 않았다. 예상 밖의 스캔들은 있었어도 예상 밖의 지출은 없었다.


혼자서는 재밌게 잘 살았고 둘이도 소소하게 잘 지낸다. 인생의 잣대는 각자 다를 것이니, 꼭 눈앞에 보이는 사람마다 그 잣대를 내밀지 않길 바란다. 그대의 잣대에 휘둘릴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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