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보다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끼다
좋아하는 작가가 최근에 꽃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그는 “나이가 들어 변화된 것 중에서 하나는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사실 나도 꽃을 좋아한다. 다만, 나이가 들어 변화된 게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꽃 근처를 스치며 아름다움을 훔쳤다.
https://brunch.co.kr/@miyah28/250
[글향 작가님이 쓴 “별난 꽃, 별난 아름다움” 링크]
농촌에는 이름 모를 꽃이 만발했다. 특히 가을에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최애였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가냘픈 녀석이 어쩜 저렇게 꼿꼿한지 부러웠다. 그때부터 꽃에 관심을 가졌나 보다.
어린애가 길가에 피어난 꽃을 한 아름 따다 집에 가져갔다. 엄마는 예쁜 꽃다발을 보며 환하게 웃었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치명상을 주었다고 나무랐다. 더 오래 피어날 수 있었을 텐데, 더 멀리 향기로울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 거 하고 싶은 마음을 참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말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예쁘다고 모두 가질 수 없고 가질 필요도 없다.
세상에는 예쁜 사람이 너무도 많다. 훌륭하고 세련되고 섹시한 꽃이나 다름없는 사람들. 그자들을 전부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결국 모든 걸 마음대로 핸들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인생 목표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런 목표로 살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사람 중에 나 또한 유니크하고 어여쁜 자세로 살아간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만의 향기를 풍기며 지낸다. 리즈 시절의 모습을 유지하며 아름답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맨날 당일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로 유일무이하게 눈부시다.
그런 이유로 난 꽃이 좋은가 보다. 먼발치에 있는 꽃을 향해 다가간다. 잠깐 향기를 맡고 계속 걷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뒤돌아봤을 때, 여전히 그곳에 남아 흔들리는 아름다움에 흐뭇하다.
포토그래퍼: 이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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