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뭐예요?"
요즘 읽고 있는 책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 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어떤 청소년이 작가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뭐예요?”
작가는 잠깐 망설이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열아홉에 하면 가장 좋을 일은, 스물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이에요.”
어떠한 구체적인 것을 예시로 들지 않고 '스물이라는 나이에 환상을 갖지도 말고, 스물에 하고 싶었던 건 스물하나에도, 스물둘에도 마음껏 하시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 또한 어른인 누군가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까.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유경험자에게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알려준 그 대답이 과연 나한테 정답일지 의문이 든다.
이따금 비슷한 고민거리에 빠져 아무 생각 없이 지낸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안 올린 지 어느덧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급한 회사 업무에 시달리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퇴근 후 처리해야 할 일과 불의의 전자 거래금지 사건 등 여러모로 피곤한 일들이 많았다. 설상가상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간관계를 대하게 되었고 타임머신만 있다면, 모든 일이 터지기 직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계좌이체를 하지 않았더라면, 회사 업무를 미리 스터디했더라면, 친구의 이직을 말렸더라면... 힘든 일들이 전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이 모든 일만 없었더라면 지금쯤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물며 나 본인조차 의심된다. 이번에 겪을 일보다 수월한 두 달이 될 거란 보장은 없다. 게다가 여전히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일상일 거란 확신이 들었다.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여행에 대한 로망이 사라지고 맛집 투어나 문화생활에 대한 기대감마저 해이해졌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든 직장에 대한 비전이든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재미없으니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화려한 연예인의 인생길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일반인의 삶도 있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 지치고 힘들어서 생을 포기하지만, 어떤 이는 나름 재미를 찾아내고 인생을 즐긴다.
최선, 마주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중요하지 않은 일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야 진심을 다한다.”
(글토닥 작가님의 ‘처음부터 모든 걸 쏟아내야 하는 이유’에서 발췌)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을 전부 하찮고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업무든, 연애든, 취미든, 사건사고든... 하나같이 무감정으로 대했던 것이고 장대한 미래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라 생각했다. 해서 그것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무덤덤했다.
사소한 일이라도 해결하고자 노력하면 성취감이 따른다.
사소한 업무라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면 인정받는다.
사소한 데이트라도 집중하면 사랑이 깊어진다.
사소한 취미라도 과정이 힐링이다.
인생은 지루하지 않다. 아무리 평범한 일상이라도 그 속에는 사소하지만, 나만의 즐거움이 내재하여 있었다. 그 재미와 즐거움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인생 과제다. 스무 살이든 스물한 살이든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을 과제 말이다.
photographer: oct.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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