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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Jul 29. 2024

테슬라 모델 3.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친숙한 것인가, 새로운 것인가?

디자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한다. 이것은 새로운 것이다. 우리는 친숙한 대상에게서는 익숙한 편안함을 느낀다. 거기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새로운 미지의 대상은 또한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새로움은 낯설음이다. 이는, 위험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우선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모든 만들어진 디자인 결과물은 새롭다. 이 낯섦을 친숙함으로 바꾸는 것은 디자인 외적 영역이다. 광고나 마케팅 등을 통해 자주 노출되다 보면 이 새로움은 익숙함으로 변한다. 


지금까지 모든 자동차는 엔진을 사용했다. 

그래서, 자동차는 달리면서 열을 식혀야 했다. 엔진이 전면에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그래서 냉각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냉각을 위한 팬, 물이 있어야 하고,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엔진룸으로 유입되는 공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반드시 전면부, 헤드램프 사이에는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라고 하는 공기구멍이 있다. 기능을 위해서라면 넓은 공기구멍이 필요하다. 여기에 디자인이 가미되면서, 특정한 형태가 반복되는 현상이 생긴다. 이는 설계효율을 위한 공용부품 활용차원에서도 요긴했을 것이다. 어느새 라디에이터 그릴은 램프류와 함께 자동차 제조사를 특정하는 고유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이른바 PCIP(제품정체성, Product Corporate Identity)라고도 한다. 지금까지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어떻게 하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외견상 드러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졌다. 브랜드를 너무 대놓고 노출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은 은유적으로 이를 드러내는 전략을 사용했다.

BMW 키드니 그릴


기술의 다양한 발전은 필수품이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버렸다. 

엔진에서 전기모터로 교체되면서 많은 부품이 바뀌거나 없어졌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자동차디자인의 문법이 깨졌다. 디자이너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새로운 디자인 기준이 필요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던 디자인(부품)이 빠진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테슬라에게는 과감한 모험이었을 것이다. 전기차의 등장은 기존 자동차 디자인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미적 기준을 제시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가장 먼저 출시된 Model 3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빗발쳤다. 자동차라고 하는 복잡한 제품을 만든 경험이 전무했으므로, 디자인을 차치하고라도 기본적 품질문제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자동차는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제품이기에 제조 및 조립 등에 요구되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자동차는 아름다운 자동차가 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본적인 자동차디자인의 문법이 지켜지지 않는 자동차는 일반 대중에게 더욱 그런 인식이 많다. 초기 테슬라의 차량은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실내도 마찬가지로 낯섦 투성이었다. 복잡한 계기판이나 숫자가 있던 운전석에서 단순하고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들어왔다. 기계를 운전한다는 개념보다는 자동차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엔진음과 진동이 없는 전기차는 사용자의 운전경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운전프로그램은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부족했던 품질은 조금씩 자리를 잡게 되면서, 이 새로운 자동차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은 낯섦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차량의 몸체를 이루는 선은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고 있고, 이후 출시되는 다양한 메이커의 전기차에도 좋은 디자인 가이드가 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실수는 선행주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마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디자인가이드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와 새로운 자동차 메이커에서 각각 출시한, 또는 출시예정인 전기차 라인업을 봐도 알 수 있다. 프레스 기술을 뽐내던 울룩불룩한 차체 곡률은 완만한 형태로 바뀌고, 조형적으로 힘 있는 라인들의 교차와 이어짐은 그 리듬감이 조금은 감쇄된 느낌이다. 

테슬라 모델 3 (출처: 테슬라 코리아)

현재, 다양한 자동차 원동방식은 아마 전기로 귀결하고, 자율주행 프로그램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엔진구동 방식은 이제 환경이슈와 함께 조금씩 사라져 간다. 마치, 자동변속기가 수동변속기를 대체해 나가듯이 말이다. 조화와 균형은 달리는 제품인 자동차에는 필수적이다. 실제로 구동력과 에너지 효율에도 외형디자인은 충분한 영향력이 있다. 심미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은 실내 공간이다. 이제 운전자가 가지는 운전에 대한 부담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자동차 실내는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 외형 디자인 못지않게 실내 디자인에도 새로운 디자인 질서가 요구된다. 


초기의 낯섦을 충분히 즐기자.

이후 이것이 편안한 익숙함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불균형과 어긋남이 조화와 균형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 결과를 지금 예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원론은 변하지 않겠지만, 표현방식이 조금씩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과거의 미남미녀의 기준이 지금과는 조금씩 다른 것처럼 말이다. 


아이폰3가 그랬고, 모델 3가 새로운 미적 기준을 바꿔놓고 있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은 모델넘버가 3으로 시작했다. 조화와 균형은 단순히 기계적인 중심이 아니다. 미에 대한 새로운 시각, 새로운 제안은 위험하지만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해내는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다. 기술과 콘텐츠라는 역량을 겉으로 드러내는 아주 고도의 기술이 디자인의 힘이다. 수준이하의 전기차도 모델 3과 비슷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속적인 품질개선 노력과 환경이 뒷받침한다는 전제에서는 시장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는 디자인이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출처 : 테슬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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