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이 시리즈는 얼마 전 썼던 브런치(보기에 좋은 디자인이 쓰기도 좋다 (brunch.co.kr) 글의 확장판이다.
매혹적인 디자인(Captivating Design)의 중요성.
이 시리즈의 제목으로 정했다. 순수 예술이 아닌 상업디자인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디자인은 이 본격적인 시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서막이다. 디자인이 디자인으로 끝나는 것은 오로지 학교과제나 공모전뿐이다. 성공적인 디자인의 결정은 제품의 수명이 다 끝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처음 디자인이 시장에 나오는 시점은 출발일뿐이다. 본격적인 레이스는 이제부터다. 여기서는 브랜드, 품질, 콘텐츠 등 각자 중요하고 중요한 점을 자기 입장에서 말할 것이다. 최소한 소비자의 선택이라도(?) 받아야 사용성이 좋다거나, 기분 좋은 경험을 하든지 할 것 아닌가. 본선(선택)은 꿈도 못 꾼 채, 시장에서 사라진 디자인이 한 둘이 아니다.
성공적인 디자인으로 결론짓기 위해서는 디자인 이후에도 꾸준하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유명 디자이너의 좋은 디자인은 필요요소만 갖춘 셈이다. 마케팅은 여기에서 빠질 수 없다. 현실적인 시장에서의 일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에서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서 광고를 만들고 마케팅을 한다. 힘들게 기술개발을 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도 디자인을 통한 실체화가 안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디자인의 주요 활동무대는 겉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외형 혹은 겉으로 드러나서 직접 체험이 가능한 어떤 것.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실체가 없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눈으로 보이거나 직접 체험하고 체감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매혹적인 디자인의 대상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각에 매료된다. 외적인 것을 중요시한다고 해서 근본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는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없다.
디자인은 겉만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란 말을 많이 한다. 이 문장에서 디자인은 Decoration의 주체다. 겉만 꾸민다는 것은 실체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메이크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근본적 실체인 속은 겉과 달리 부실하고 거짓이다. 세상에 이런 사례는 책에서나 존재하는 개념적 관념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처럼, 디자인은 실재하는 진실의 세계인 속, 본질, 이데아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만 한 그림자, 거짓, 가치 없음 정도로 치부하는 것인가? 그것도 디자이너들이 주로 얘기하는 개념이다. 절대로 디자이너는 겉만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는 단서를 붙인다. 완전히 맞다. 디자인이, 디자이너가 겉만 데코레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표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클라이언트의 기술은 제품을 실재하게 하고, 디자이너의 기술은 상품의 가치를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겉과 속에 대한 유기적 결합은 당연하다.
우리는 시각자극에 너무 큰 영향을 받는다. 애플과 다이슨의 제품이 선택을 받았기에 기능과 기술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벅스와 코카콜라가 그렇고,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행정과 정책들도 그렇다. 실재하는 디자인 결과물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서 시장에 나왔고,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기에 소멸하거나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번영하며 지속하는 것이다. CMF 역시 이를 대표하는 개념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매혹적인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론과 실제 사례를 들어 말할 예정이며, 그동안 디자인계가 진입장벽을 낮추는 목적으로 다양한 레토릭을 쏟아낸 것에 대한 장단점을 얘기할 것이다. 결국, 디자인이 돌고 돌아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본연의 역할을 버려가면서 다른 영역에 기웃거려 봤자 마이너 취급을 당할 뿐이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스스로의 역량을 확고히 한 이후라면, 디자인이 먼저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디자인은 없어도 된다. 단지 많이 불리할 뿐이다. 전문디자인의 눈길과 손길을 받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건이든, 상징이든, 실체화된 어떤 것이든 경쟁이 약할 것이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는 큰 불편함은 없다. 디 인 없이도 잘되는 사례는 많다. 스스로가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디자인은 필수적이다. 이런 좋은 도구가 없다. 그래서, 디자인은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본연적 경쟁우위 전략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근본적인 파트너로 대우받을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시행되는 거의 모든 디자인의 목적은 선택되게 해주는 키다리 아저씨의 역할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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