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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야 하는 때

by 송기연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렇다고 그 감정을 모두 드러내고 사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적어도 문명사회에서는. 하지만 모든 감정, 특히 화가 나는 상태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감정은 스트레스로 남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는 것은 문제지만, 부당하거나 공격을 받는 등의 상황에서는 참지 않아야 한다. 현명하게 화를 내보자.


우선 화가 나는 상황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늘 상대가 있다. 그리고 그 상대와의 관계에서 상황은 발생한다. 말이나 행동, 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화를 북돋는다. 화는 한순간에 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전조현상이 조금씩 쌓인다. 이 정도에서는 화를 낼만하지 않은 단계를 지나다 보면 임계점을 넘게 된다. 또 임계점을 지나서도 상황이 계속될 때 인내심의 한계가 생기면서 겉으로 화를 낸다. 화는 1차적으로 말로 표현된다. 하지만 흥분상태에서 화를 내면 평소에 비해 말의 논리성이 떨어진다. 감정이 앞서다 보면 늘 그렇다. 내가 내뱉는 말이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선다는 생각을 내가 인지하면서부터는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이 생긴다. 자제력이 있는 사람은 차분한 말로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화를 내는 상황은 또한 상대적이다.

사람마다 임계치가 달라서 외부의 공격(말이나 행동)에 대해 반응하는 기준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때에는 상대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나는 화를 내는 주체이면서 누군가의 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기준, 상황이 다르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다.


누군가를 먼저 공격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지만 공격을 받았을 때 가만히 있는 것이 인내와 성품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본인이 생각할 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기준을 넘어선다면 분명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그 표현은 주로 말이 된다. 때로는 글로 할 수 있지만 대부분 경우에는 말이 우선이다. 법륜스님의 즉문즉답 중 상대가 나에게 나쁜 말을 한다고 해서 그걸 다 받아들이지 말아라. 그 사람의 입에서 떠나온 나쁜 그것을 내가 온전히 받아내는 것보다 그냥 나를 지나가게 해라는 강연을 본 적이 있다. 너무 좋은 말이다. 말을 뱉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나쁜 말은 그 사람의 몫이다. 주로 즉흥적이거나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나온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나는 해석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말이나, 실제로 내 잘못으로 인해 듣는 말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수준의 인신공격이나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은 다르다.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다. 명확하게 따져 묻고,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목소리가 높거나 템포가 빠르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대단히 차분한 어조로 상대에게 말하면 엄청난 효과가 있다. 생각 같아서는 나도 같이 고함도 지르고, 나쁜 표현도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속이 시원해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도 상대가 내 감정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인연을 정리하면 된다. 세상에 나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내 감정을 무너뜨리고 자존감을 짓누르면서도 이어갈 만큼 소중한 인연은 없다. 소중하지 않은 것이다.


감정은 중요하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도 좀먹는다. 여러 갈등 상황이 있을 때 생각해 보자. 잠깐 스쳐 지갈 휘발성 높은 상황이라면 그 말이나 행동이 나를 비껴가게 하자. 그렇지 않고, 나쁜 감정이 한껏 실리거나 정확하게 인격적으로 위해나 모독이 주어진다면, 응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람을 싫어할지언정 무시를 받으면 안 된다. 말의 높이와 속도.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좋은 대응이 될 것이다.


화는 정갈하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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