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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무기

작은 기업일수록 디자인이 필요하다

by 송기연

경영학은 군과 관련된 용어가 많다.

경영학 초기, 가설을 검증하고 현상을 관찰할 만큼 큰 조직은 군이 유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경영학의 용어가 군사용어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전략, 전술 같은 표현은 어찌 보면 전쟁터 같은 기업현장과도 닮아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기업은 전쟁처럼 치열한 시장에서 적(경쟁사)에 맞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무기를 확보해서 철저한 전략을 수립한 뒤, 전장인 시장에서 치열한 전술로 살아남아야 한다. 기업마다 가진 무기는 저마다 다르면서 유사하다.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한 무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상대와 유사한 무기라고 해도 상대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어떤 경우, 무기는 좋으나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인 리더의 전략이 부재하거나 상대의 전략이 더 뛰어나서 패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 간 경쟁은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 경영.

경영은 내적으로는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고, 외적으로는 경쟁사와 싸워 살아남고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무기가 필요하다. 이는 시대, 기술, 트렌드, 업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수요가 공급보다 높을 때는 기업이 우위에 선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자와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이 열린다. 품질, 기술, 경험의 순으로 기업의 무기는 발전해 왔다. 그리고 이 무기 이름은 경영과 더해져서 불려 왔다. 한때 디자인 경영이 트렌드였다. 대부분 큰 회사의 경우에는 가진 무기가 다양하다. 최소한 경쟁시장에서 선수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내용과 수준이 있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시장은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기술의 발전은 기업마다 차별을 주기에 충분했고 이는 중요한 경영상 무기가 되었다. 명확하게 나뉘는 기술차이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거나 머뭇거리는 순간 뒤쳐지게 만들었다. 머뭇거리는 이유는 의사결정 당시 기업 내외부 현황, 의사결정권자의 잘못된 판단 등으로 인해 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이전 시장의 강자였던 노키아, LG 등의 잘못된 판단을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은 해당 시장 그룹에서 포지셔닝은 유사하다. 자본, 기술,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서 각 기업 간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 고객은 품질이나 기술이 아닌 이미지와 경험으로 최종 소비의 선택을 한다. 두 기업 간 품질과 기술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디자인이 경영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규모, 품질, 기술의 자리에 '디자인'이 오면 기업은 어떤 변화가 생길까? 디자인경영이 잠시 트렌드였던 시기에는 디자인의 의미가 한정적이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통한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디자인을 겉으로 드러나는 1차적 기능으로만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경험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내걸면서 공공행정 쪽을 너머 다시 경영전략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은 서비스경험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고객경험은 온전한 디자인 영역의 전략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는 공공영역의 행정이나 정책, 기업 영역에서의 산업공학과 인간공학, 인문 영역에서의 심리, 인류, 사회 등 여러 분야가 총망라된 개념이다. 여기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겉으로 드러나는 아이콘이나 화면구성의 표현방식으로만 국한할 수 없다. 생각하고 기획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낸다는 근본적인 디자인 원리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지금의 전장은 개인의 개성, 취향, 경험이 주요한 기업의 관심대상이다. 더군다나 기술의 발전은 인공지능 AI의 등장 이후 그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를 가속하고 있다.


기업은 승리 이전에 살아남아야 한다.

치열한 전장에서는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은 그라운드 퇴출을 의미한다. 어떤 무기도 영원한 경쟁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서, 복합적이고 성능 좋은 무기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각자는 자기만의 무기를 갈고닦아야 한다. 그래야 일단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효율적인 무기다. 디자인이라는 이름의 전략은 시장에서 어디에도 적용 가능하다. 고객의 경험, 상호작용, 교감, 공감, 이해와 수용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정량에서 정성을 아우른다. 누구도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기업은 디자인을 앞세워 다시 한번 부흥을 꿈꾸면 어떨까. 디자인 경영은 기업이 가진 한정된 자원의 현실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줄 것이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고객에게 노출되고 선택받아야 한다. 기술과 품질은 겉으로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기업이 가진 고유의 콘텐츠인 아이디어, 기술을 디자인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대감이 필요하다. 이것이 디자인 경영의 힘이다. 디자인은 아주 좋은 기업의 전략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현명한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라면 알 것이다.

결국은 살아남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다. 현재 가진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더욱 신중하게 무기를 선택해야 한다. 글로벌 대기업은 여유가 있으니 알아서 잘할 것이다. 하지만 작은 기업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나? 한정된 자원은 단 한 번의 기회만 제공할 뿐이다.


결국, 작은 기업일수록 디자인 경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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