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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인만의 영역인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자

by 송기연

서비스디자인도 디자인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넓은 의미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 넓다는 것은 경계가 정확하지 않고 모호한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타이틀에는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산업디자인 영역은 분명 아니다. 이런 애매한 성격 때문에 이른바 정통디자인(시각, 제품) 중에서는 그나마 시각 디자인 베이스의 디자이너가 주로 참여하고 있다. 제품디자인이 실존하는 물리적 결과물을 주로 만드는 영역이라고 해서 우리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서비스디자인 성격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적용대상이 공공, 불특정 다수가 많아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공공영역에서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다.

제품을 다루는 영역에서는 제품서비스디자인이 되듯, 서비스디자인은 어디에도 더할 수 있는 아주 유연한 개념이다. 공공행정이나 정책입안에서 주로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비스디자인이 공공 영역에만 적용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서비스디자인은 사람이 주체가 되는 모든 디자인 행위가 해당된다. 사용자 개인의 행동과 경험이 위주가 되니 당연한 말이다. 이 말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전통 디자인 영역보다 훨씬 많은 영역에서 적용가능하다. 한 번 살펴보자.


우선 공공을 우선으로 해보면 다음과 같다.

행정, 공공정책, 사회복지, 정치 전공에서는 대단히 활용도가 높다. 디자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서비스디자인에서 행위인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것은 행정이나 정책, 시스템이다. 세상에 없던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실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조사, 분석, 관찰, 아이디어 도출, 제작, 전달 등)을 한다는 개념에서 디자인이지만 반드시 디자인만의 영역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창의적 활동을 한다. 공공 이외의 영역은 어떨까. 경영, 경제, 창업, 통상 등 경영경제 전반도 마찬가지다. 모두 세상에 없던 본인만의 아이템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창의적으로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력이나 품질, 서비스의 확보도 요구된다. 이처럼 서비스디자인을 디자인 영역에만 한정시키는 것은 아주 편협한 사고다.


공공디자인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디자인은 가시적인 공공디자인과 비가시적인 공공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실존하는 물리적인 시설물을 칭하는 공공디자인,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 공공디자인이 그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중에는 그래픽 요소와 같이 눈에는 보이지만 만져지지 않는 것도 있다. 아무튼, 디자이너 특히 시각디자이너가 주도하는 서비스디자인에는 그래픽 요소가 자주 포함된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내세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를 만들고, 시각 시스템이 위주가 되는 서비스디자인결과물이 나온다. 당연히 중간단계에서 보고서를 아름답게 작성하고, 시나리오를 보기 좋게 만들며, 서비스 청사진을 보기 편하게 만드는 것에는 유리한 것이 디자인전공자다.


서비스디자인기법이라는 것이 아주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더블다이아몬드는 사고의 발상과 정리를 도식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모든 사고의 발상과 결정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전공 이외의 행정, 경영, 정책 쪽에서 많은 양의 연구와 논문 등이 발표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이제 디자인 영역에서는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몇 해를 거치면서 행정영역에서 전문성을 계속 담보받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좀 더 넓은 확장이 필요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의 언어도 바뀌어야 한다. 반드시 그래픽이 위주가 아니라도 디자이너의 창의적 관점은 존중받을 수 있다. 강박처럼 아름다운 문서, 현란하고 트렌디한 결과물 속 그래픽 요소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경계가 없는 디자인일수록 보편적인 것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이렇게 디자인도 고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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