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윅의 한국판 리메이크인가..
소설이나 웹툰 원작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대중의 검증을 받았다는 점과 함께 일정 수준의 관객을 미리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이점이 아주 중요하다. 흥행하지 못한다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흥행이전에 입소문이나 이슈를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원작인 소설이나 웹툰과 얼마다 동일하게 만들것이냐다. 완전히 똑같은 플롯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약간은 다른 설정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부딪힐 것이다. 여기에는 콘텐츠 영역의 특성도 중요하다. 웹툰이나 소설에서와는 달리 영상으로 제작할 때에는 영상만의 장치가 요구된다. 좀 과한 경우에는 기본설정만 동일하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넷플릭스 광장 역시 웹툰기반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원작으로 이야기를 먼저 접한 사람들은 영화를 본 후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웹툰이나 소설작가 역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특정 연기자를 염두에 두기도 한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원작 웹툰을 접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했던 모양이다.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순수하게 영화(드라마) 관점에서만 보자면 참 애매한 느낌이었다. 영화 존윅 시리즈의 이야기가 영화에 그대로 이어진다. 약간의 설정만 다를 뿐 그냥 존윅이다. 이럴 바에는 존윅 한국리메이크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다.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이 모두 그냥 존윅을 한국판으로 만들어서 다시 보는 듯했다.
소지섭 배우의 색깔은 강하다.
전작 회사원에서 그의 모습은 존윅보다 앞섰다. 개봉일을 보면 회사원은 2012년 10월이고 존윅은 2014년 10월이다. 세계적으로도 여러 영화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소지섭 주연의 영화 회사원을 존윅 시리즈의 감독이었던 채드 스타헬스키가 봤다면 분명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존윅 스타일의 스타일리시한 킬러를 주인공으로 했던 영화는 이미 한국에서 있었다. 이정재와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소지섭 배우도 그에 못지않은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이번 기회에 세계에서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존윅과 광장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나처럼 웹툰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냥 존윅이었다. 사고처리 후 뒤처리를 하는 회사 엔클린, 한 때 식구였던 조직의 망나니 아들, 그리고 이 아들이 주인공에게 치명적인 실수(존윅은 강아지, 광장은 동생)를 해서 안전가옥으로 가고, 결국 찾아가서 죽인다는 설정 등... 주인공을 남몰래 치료해 주는 동네의원, 무덤방으로 표현되는 전화교환원들이 가득했던 존윅이, PC방처럼 바뀐 것 등. 원작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캐릭터들.
누구나 애초부터 악인인 사람은 없다.
짧은 영화상영(최대 3시간)에는 풀지 못한 이야기를 1시간 정도의 짧은 호흡으로 풀어내는 드라마 형식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긴 만큼 주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은 있었으면 했다. 주운과 봉산의 두 아들이 왜 그렇게까지나 행동하는지, 원래 영화는 현실적이지 않은 요소가 많지만 어느 정도 공감은 가야 하지 않을까. 또한 김 선생 역할의 배우 차승원은 이제 그런 캐릭터로 완전히 이미지가 굳은 것 같다. 대사 중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많이 놀라셨지요?" 이런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예능에서 차승원 성대모사가 순간 떠올랐다.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색깔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 것이 결국은 밋밋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잔인한 장면은 이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원작과는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