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디자인 분야 명칭에 대하여

제품 디자인이도대체 뭐죠?

by 송기연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본능에 가깝습니다. 새롭거나, 조금의 특징이라도 생기면 이름을 붙여버립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시대가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거나 사라지기도 합니다. 사진기, 카메라. 같은 말이지만 뉘앙스가 다릅니다. 휴대폰, 스마트폰, 핸드폰, 폰. 모두 같은 개념을 말하지만 혼용되어서 사용됩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대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자인은 편의 상 분야를 나눕니다. 흔히 말하는 것은 제품 디자인과 시각디자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분야가 세분화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술이나 필요성 역시도 크게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만져지는 물건이면 제품, 그렇지 않으면 시각 정도로 구분했으리라 짐작합니다. 이후 제품 디자인도 세분화되고, 시각디자인도 세분화됩니다. 단순한 세분화를 넘어서 다른 것과 융합이 되어서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되기도 합니다.


통상 제품 디자인은 보통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1. 눈에 만져지는 실존하는 결과물이 있을 것.

2. 금형을 통한 대량생산 방식일 것.




아마 위 2가지가 가장 대표적인 '제품 디자인'의 조건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요. 편의 상 제품을 상품, 산업, 공업디자인 등으로 나눠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서로 다른지 명쾌한 해석은 보지 못했습니다. 굳이 구분한다면 영역의 크기 정도로 산업디자인> 제품 디자인> 공업디자인 순이 아니었을까요. 영어로 본다면 Industrial> Product의 순입니다. 참 애매하지요. 시각디자인 역시 못지않습니다. 제목인 시각이라는 단어가 위주라고 하면, 세상에 시각적인 요소가 없는 게 어디 있나요? 이도 역시 제품의 반대급부 정도 표현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반대..라고 하는 수준의 논리인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환경디자인, 멀티미디어 디자인, 경험 디자인 역시도 수많은 하위 카테고리를 가지게 됩니다. 서로의 영역 역시도 모호함을 견뎌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지는 것이지요.


저는 제품 디자인을 처음부터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은 저 단어, "제품"에 갑니다. 제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개념인 제품이 근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물에도 "제품"을 적용하면서 제품 디자인의 영역은 기존 사출금형을 통해 생산된 폴리 계열 수지로 둘러싸인 Ass'y 품에서 폭발적인 확장을 하게 됩니다. 또한, 사용자 경험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빅뱅 수준으로 그 영역이 넓어집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는 것이 "전통(Original)"이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저건 전통적인 제품 디자인 분야가 아니야"

"이걸 전통적인 제품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나?"


세상은 속도가 다소 다르지만 정(正)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것만큼 사물이나 개념을 통칭하는 이름도 함께 달라집니다.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개념들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서 사람들의 생각과 입을 통해 변합니다. 사라지기도 하고, 변하기도 합니다. 세대가 완전히 끝나고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세대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시니어 디자이너가 있으면, 이제 막 대학에서 전공을 시작한 새내기도 있습니다. 서로가 동일한 개념을 다르게 표현한다면 혼란의 시대가 생깁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의지가 없으면 혼란은 피하기 힘들고, 각 자의 생각에 갇혀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부르던 디자인 분야 명칭은 이제 더 이상 그 내용을 설명하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습니다. 갈수록 영역 간 경계는 모호해질 것이고, 내용은 확장되고 편입될 것입니다. 이제는 오래된 그 이름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할 때가 곧 닥치면서, 디자인은 General의 대명사가 될 것 같습니다. 세부적인 명칭으로 나누던 것에서 다시 통합되어서 '디자인'이 되고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브랜드 디자이너가 경험을 디자인합니다. 결국, '디자인'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에 모든 것이 귀결될 것입니다.


시대는 계속 반복됩니다. 흐름은 파동을 타고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우리 디자인 분야 역시 수렴과 확산을 통한 흐름에서 '디자인(Design)'이라는 명칭에 최적화되어서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keyword
이전 12화UX/UI를 바라보는 해석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