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비는 어떤 계정일까?
기업에서 지출되는 자금은 비용 아니면 투자다. 그 외에 다른 계정 항목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쓰고 없어지는 비용이거나, 편익을 위한 투자다. 보통의 기업은 디자인에 지출하는 예산을 "비용"으로 처리한다. 쓰고 마는 비용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디자인을 통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향상은 모두 매출 상승과 시장 선점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원가 개념이 들어가야 하고 원가 개념이 들어간다면 투자대비 수익률 계산이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 한다.
제품은 원가개념이 명확하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재료비, 인건비, 운영비, 마진 등이 더해져서 원가의 개념이 생긴다. 투자대비 수익률인 ROI(Rate of Invest)는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느냐 하는 것인데, 이는 "이익"의 개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은 핵심 사업의 효율성을 나타낸다. 즉 영업자산 대비 얼마나 수익을 창출했느냐의 기준이 된다. 즉, 본업(핵심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여기에 해당된다. 경상이익(Ordinary Income)은 기업 전체 운영 ROI다. 전체 재무활동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영업 외 비용인 이자수익, 배당수익 등이 모두 포함되는 종합 개념이다. 이 외에도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총 자산 순이익률, 자기 자본이익률(ROE)등의 개념이 있는데, 디자인을 투자 관점에서 볼 때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디자인 ROI는 중장기적 관점이다.
직접적인 디자인 개발비용과 매출액을 직접 비교하는 단순한 금전적 수익률보다는 장기적인 경쟁우위의 관점에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직접적인 매출액의 변동을 가지고 대비하는 1차적인 관점도 필요하다. 하지만, 디자인은 더 이상 ‘비용’으로만 볼 수 없다. 짧게는 제품 경쟁력, 길게는 브랜드 가치로 돌아오는 미래지향적 투자다. 따라서 디자인비는 지출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자본이다. 결국 디자인의 ROI란 돈을 버는 효율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 기업의 의사결정도 달라진다.
비용으로 볼 때는 ‘줄여야 할 항목’이 되지만, 투자로 본다면 ‘키워야 할 자산’이 된다.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를 구조화하는 일이다. 그 가치는 결국 제품의 품질, 브랜드의 신뢰, 사용자 경험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디자인비의 진짜 이름은 ‘디자인비용’이 아니라 ‘디자인자본(Design Capital)’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을 덜 쓸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써야 한다.
그리고, 그 가장 의미 있는 사용처가 바로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