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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스타트업, 그리고 디자인씽킹

by 송기연

디자인씽킹은 창업,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에 유리하다.

왜냐하면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는 기본적인 체계가 이미 잡혀 있기 때문에 디자인을 경영 전반에 걸친 경쟁우위 전략으로 새롭게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거나, 레드오션 같은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에 유리한 면이 있다. 아니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모든 것이 열악하다.

회사가 가진 자산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는 곧 싸울 수 있는 자원의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출발하는 기업은 자금, 인력, 기술 등 모든 것이 일천하지만 의욕만큼은 풍부할 것이다. 모든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이나 제품을 통한 서비스 수준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통해 회사가 가진 경쟁력을 가장 장 표현하고 드러낼 수만 있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통한 혁신이나 변화는 기존 시장의 입장에서는 아주 신선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잠시라도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시선을 잠시 잡아둘 수 있는 그 짧은 기회가 생긴다면 최대한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게임오버다.


기회는 이제 창업한 스타트업에 많다.

많다는 의미는 상대적인 의미다. 도대체 뭘 가지고 기업을 하는지 하는 호기심이 대부분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많은 기업들은 죽음의 골짜기(chasm)를 넘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창업자들이 몰려와 역할을 대신한다. 이 번잡스러운 생태계에서는 잠시 스쳐가는 기업은 기억에 남기 어렵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고 해도 살아남기 힘든 곳이 경영현장이다. 남들과 같이 해서는 앞서기는커녕 살아남기도 어렵다.


디자인은 이런 작은 회사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디자인은 제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에도 작용한다. 디자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의사결정의 핵심을 알게 된다면 그 대상이 어떤 영역이라도 변별력이 커진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이 아니라 실행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론이라고 해도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타트업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규모, 기술, 인력, 네트워크 뭐 하나도 기존 경쟁자 대비 나은 게 있을 리가 만무하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증기기관 기술, 전기, 인터넷, 인공지능 등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혁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증기기관이 그랬듯이, 기술과 전기, 인터넷이 그랬고 지금은 인공지능이 세상의 기존 질서를 뒤집듯이 뭔가 혁신적이고 과격하다 싶은 능력과 실행이 세상을 바꾸고 시장의 판을 변화시킨다. 기술 역시 규모의 경제라는 것을 인공지능 시장과 그래픽 카드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한 외부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도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이 유일하다.


디자인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미적 감각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은 경쟁과 생존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전문분야가 파생되었지만 시장(현실)을 관찰해서 분석하고, 경쟁자 대비 나은 나의 장점을 잘 만들고 꾸미는 것은 생존능력 그 자체다. 디자인이 단순한 영역에서는 벗어난 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로 깨닫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시장을 탓하고 사회를 원망하며, 시대를 문제 삼는다. 하지만 기술도, 시장도, 시대도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누구도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질 때까지 입만 벌이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디자인 이외에 스타트업에 경쟁우위 요소가 있으면 그것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경영 전반에 디자인을 적용해 보라. 짧은 시간에 최대한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그리고, 디자인의 잠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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