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천국의 맛

내가 키운 아이들

2월의 어린이집 풍경

by 시현

어린이집이 다시 바빠졌다. 다음 주 7세반 아이들의 졸업식이 있다. 졸업식은 준비기간이 긴 행사 중 하나다.

12월에 졸업사진 촬영을 끝냈고 학사모를 쓴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이 난주에 왔다. 다들 어찌나 귀여운지 사진을 보며 샘들과 참 수다를 떨었다.

"얘 좀 봐요 혁이"

"어쩜 너무 잘 나왔어요."

"찬유는 어떻고"

"표정이 아주..."

"민서도요".

"조 표정 좀 봐요 너무 귀여워요."


개원 후 제대로 된 졸업식은 처음이다.

내 아이 유치원 졸업식 생각났다. 그때 난 가슴 벅차서 눈물콧물에.... 아뭇튼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 원장도 한 편의 영화를 비하고 있는 듯하다.


그날의 주인공인 7세 아이들 래서 즘 바쁘다. 영상편지도 찍어야 하고 틈틈이 졸업식 예행연습도 해야 한다.

답사와 노래를 하며 형님들의 졸업을 아쉬워해야 할 6세반 아이들은 졸업식에 그리 관심이 없어 보다.


예쁜 짓을 제일 많이 한다는 5세반 아이들은 이제 슬슬 말을 안 듣기 시작하고, 아직까지 낮잠을 잘 자고 있는 4세들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아이들은 잘 때가 젤로 예쁘다.


주방마감을 하고 교사실 한편에서 서류정리를 하고 있는데 7세 아이들의 영상편지 음성이 들였다. 샘들이 졸업식에 필요한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엄마아빠 저를 키워 주셔서 마워요."

"초등학교 가면 공부 열심히 할게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다들 비슷비슷한 말들을 하고 있었다.

준우는 조금이라도 달리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8년 동안 저를 키워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나는 검수서를 쓰다가 빵터저버렸다.

"8년 동안? 준우 이제 떠난다는 거예요?"

모두를 웃었다.




설이 지나고 나니 이들이 부쩍 큰 느낌이다.

바트의 밥이 남지 않고 싹싹 비워지는 날이 많다. 특히나 6세반의 잔반을 확인하면 흐뭇다. 밥 안 먹는 아이들이 대거 포진한 반이었다. 장 늦게 먹고 잔반도 많았었다. 요즘은 "더 주세요" 하고 빈 바트를 자주 들고 온다.


기저귀를 차고 온 지아는 곧 있으면 6세 반이 된다. 지아는 리는 것 없이 밥을 잘 먹는 아이다. 내가 해준 밥을 점심 저녁으로 2년을 먹다 보니 나랑은 좀 더 정이 깊다.

어릴 적 내 아이와 우열을 가르기 힘들 정도로 밥 안 먹는 소은이는 요즘 서툴지만 스스로 밥을 먹는다. 며칠 전엔 밥 먹는 입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 맛있게 먹는 건 처음 봤다.

먹기 싫은 반찬을 두고 급기야 울어버린 정훈이는 요즘 점심시간에 말이 많아졌다. 를 보면 오늘 밥 맛있었다고 그래서 2번이나 더 먹었다고 스레를 떤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금요일에 오곡밥이 식단에 나왔다. 나는 오곡밥을 좋아하지만 해본 적은 없었다.

팥을 불려 살짝 삶아 넣고 소금 간을 한다는 게 다를 뿐 잡곡을 많이 넣어 짓는 잡곡밥었다. 갓 지은 오곡밥은 정말 맛있었다.

오곡밥 식단과 톳오징어해물전

오후간식을 내주고 오는데 복도에서 혜담이가 게 말을 걸었다.

"제가 조리사님 그렸어요."

순박한 웃음을 가진 혜담이도 내 밥을 점심 저녁 1년 반은 먹은 아이다.

"정말? 샘이 이따 보러 갈게"

하고 퇴근하면서 7세 반 교실에 가 보았.

보조샘이 아이들 그림을 보여주었다.

"세명이나 조리사님을 그렸더라고요 저는 매일 같이 생활하는데도 한 장밖에 없어요"

"밥 해 맥여 키운 보람이 있네"

그날 오곡밥 때문인지 아이들 때문인지 저녁내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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