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블루홀 } 3화

베두인족 전설

by 슴샥

아무도 모르리라.


그토록이나 성실하게 연습했던 내 모습 같은 건.


‘자, 한 번만 더 해보는 거야. 숨 들이마시고 - 내뱉고- 또 들이마시고 -'


'아니지! 더 깊게 들이마시라고!’


‘아니라니까! 더 천천히 내뱉어야 한다니까!’


연습이랍시고 매일밤 혼자 이러고 있었다. 나 자신을 상대로 호통을 쳤다가, 짜증을 냈다가, 결국 지쳐 나가떨어졌다가, 아주 생쑈를 했다. 페인트칠이 반쯤 벗겨진 호텔방 천장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그럼에도 불과하고 나의 다이빙 실력은 요만큼도 늘지를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었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리만큼 내 다이빙 실력에는 변화가 없었다.


어떻게 된 게 물에만 들어가면 잼병이었다. 온몸이 뒤뚱. 흡사 돌덩이를 매달고 걸어가는 것 마냥, 뒤뚱뒤뚱. 꼴사납다 못해 부끄러웠다.


그런 나에 비해 리버는 상당히 멋졌다.


일전에 그를 그레이하운드에 비유하였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날렵함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몸짓에는 그레이하운드는 없는 우아함이 있었으니까.

불꽃 빛깔 물고기 무리. 그것들이 뭉쳐 다닐 때 만들어지는 불꽃송이. 그 사이를 손발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매끈하게 빠져나가는 뒷모습이란!


그날도 그랬다.


아무런 흐트러짐 없이 물고기 떼를 가르고 지나가는 그의 동작에 시선을 빼앗긴 채였다.


고래가 저렇게 헤엄치겠지? 저렇게 리버처럼 한순간에 치솟아 올라가겠지? 한 순간에...


눈앞에서 또 펼쳐지는 황홀경.


거기 완전히 정신이 팔려 정작 내 발아래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멋모르는 채로 그저 팔다리만 허우적허우적...


바닥 따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바닥이 보일 리 만무했다. 수심 백미터라는 블루홀의 밑바닥은 나로서는 감히 닿을 수조차 없는 심연이었으니.


허공.


까마득한 나머지 시커멓게 느껴지는.


내 두 발아래가 끝이 가늠 안 되는 깊은 물이었다. 허공이란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자유를 체험한다던데. 천만에. 이건 그냥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내 몸을 찍어 누르는 기분? 저 깊은 바다가, 깊디깊어 텅 빈 것처럼 보이는 공간이 나를 짓누르고 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가 없었더라면! 그의 손이 내 손을 강하게 잡아끌지 않았더라면!


...


그대로 블루홀 바닥까지 가라앉았을 것이다.


올라오는 일 없이. 영원히.



/ / /



“듣고 있어, 사랑? 누군가 발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났는지 묻고 있잖아. 아까 거기, 쌔들 엣지 부근에서의 일!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긴. 생생하죠.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바로 입수했고, 쌔들? 쌔들이라 그랬나? 그 바위 지형. 그 바위 위를 같이 걸어 다녔잖아. 아니지. 수심이 어느 정도라 그랬죠? 7미터? 6미터? 아무튼 물속이죠. 그렇지. 물속에서였으니까, 헤엄쳤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걸어 다니는 것처럼 헤엄쳤어, 당신이랑 나. 우리 주변으로 물고기. 떼로 몰려다니는 빨간 물고기들이랑 같이..."


“왜 자꾸 딴소릴 하지? 조류를 만났느냐 묻는 건데?"


목소리가 부쩍 높아진 리버.


물밖으로 나온 뒤 계속 그랬다. 그답지 않게 큰 소릴 냈다.


내 입에서 원하는 대답이 나오질 않아 답답한 모양이었다.


말의 안장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라나.


쌔들 ( saddle )이라는 바위 지형.


그 위를 걸어 다녔던 기억은 또렷하다. 리버의 뒤를 따라서.


그러다 쌔들이 끝나는 부분 어디쯤? 아무튼 나는 균형을 잃었고, 결국 블루홀 중심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돌발상황의 원인을 찾아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의 실수로 인한 추락인지, 조류에 휩쓸린 것인지를.


하지만,


“치잇! 별것 아니네... 신기루라길래, 뭐 대단한가 싶었는데..."


라고 중얼중얼, 딴소리만 일삼는 나. 그러자,


“방금 뭐라고 했지?”


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리버.


“그 블루홀. 별것 아니라고요.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나 구멍으로 보이는 거지, 막상 들어가 보면 그냥 바다잖아? 평범한 바다. 세상 어디나 있는.”


“신기루? 신기루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언제?..."


나는 말을 아꼈다.


괜한 걸 떠들어댔다가는, 두 번 다시 바다에 못 들어가도록 금지당할 것만 같아 무서웠다.


리버가 더 묻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대화를 더는 이어갈 수 없었다.


해변이 심하게 술렁이고 있었다.


어느 젊은 다이버가 블루홀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에.



/ / /



정확히 그 시점부터 리버는 저기압이었다.


다음 날도. 또 다음날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였다.


검은 줄무늬 천을 늘어뜨려 천막을 만들어 둔, 그 아래 우리 둘이 앉아 우두커니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없이.


가끔 우리들 사이를 바람이 지나갔고, 애먼 내 머리카락만 이리저리 흐트러졌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수군거림.


추모비가 들어설 거라나? 다합에서 다이빙을 하던 도중 사망한 다이버들. 그들 이름을 새긴 돌덩이 옆에 또 다른 추모비를 세울 계획인 듯했다.


“블루홀에서 죽었다는 그 다이버, 알리시아 맞죠? 알리시아 그 여자, 런던에서 왔다던데. 리버랑 친하지 않았어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전히 대답 없는 그에게,


“리버도 들어봤죠? 베두인족 전설.”


라고 억지로 또 말을 걸었다.


“...”


“다이버들 사이에 지금 야단이잖아요. 베두인족 전설이라나? 저기 저 블루홀에 관련된.”


“...”


“알리시아도 봤다잖아요. 죽기 며칠 전에. 블루홀 70 미터? 그쯤이라던데? 신기루가 보이는 지점.”


“차라리 에일리언이 나온다고 하시지... UFO 기지가 숨겨져 있다던가..."


“나 농담 아닌데. 다이버들 통해서 들은 얘기라고요. 다이빙 센터의 다이버들, 전부 그렇게들 떠들더라니까. 신기루나 다름없다고. 생겨났다가 흩어지는 거 목격한 다이버들, 벌써 몇 명째라고. 최근에 죽은 여자 포함해서.”


“..."


“알리시아 그 여자, 직접 목격한 거 맞죠? 신기루! 그거에 홀려서 더 깊이로 뛰어드는 바람에 그렇게..."


“재미있나 보네. 남의 불행이.”


“재미있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맞는데. 재미있어하는 거. 지금 사랑, 당신 얼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인데."


“아니... 난 그냥..."


“알리시아와 인사조차 나눠본 적 없는 놈들이 떠들어대는 괴담을 그대로 옮기는 중이잖아? 그것도 순전히 재미 삼아서.”


“뭐예요? 지금 비난하는 거예요?”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러들었다. 성글게 짜인 검은 천 사이로 햇볕이 들이치는 바람에 그만, 리버를 향해 인상을 쓰고 말았다.


“이봐요, 리버! 혼자 어디 가요!”


“..."


“헤이! 리버!”


그의 실루엣 뒤로 정오의 태양이 아지랑이를 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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