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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Aug 25. 2021

일주일에 한 번 약속 지키기

가지고 싶다, 꾸준함이라는 그것.

책상 앞에 마지막으로 앉은 날은 8월 13일이다. 두 번의 주말이 지나고 나니 10일이 훌쩍 지나있다. 종종 책상 앞에 앉곤 했지만 즐겨듣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들기려니 묘하게 낯설다. 신나게 두들기고 싶은데 조금 머뭇거려진다. 참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꾸준히 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나는 진득하게 지속해온 행위가 없다. 가까운 지인들만 봐도 운동, 독서, 영화 감상 등등 꾸준하게 하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없다. 그나마 내가 꾸준히 해온 게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글쓰기이다.


매사에 생각이 많은 나는 그것들을 메모해두었다가 글로 쓸 때가 많았다. 생각 정리도 되고 나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좋아서 글쓰기를 좋아했다. 근데 요즘 이상할 만큼 생각이 없었다. 그 어떤 것에 대한 고민도, 의문도 없었다. 침대에 누워 많은 생각들에 짓눌린 채 불편한 밤을 보내던 대부분의 날들이 무색할 만큼 머릿속이 고요했다. 생각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이 줄고 나니 이래도 되나 싶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생각과 고민이 줄어드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았고 그래서 아무것도 안 했다. 아울러 최근 읽고 있는 책에서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기에 더욱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도 어느새 자연스레 하게 되니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했다. 든든한 그 말에 덥석 의지한 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잖아.



일주일에 단 하나

두어 달 전쯤 좋아하는 것 그리고 즐겨 하는 것을 오롯한 습관이자 루틴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와의 약속을 만들었다.


더도 말고 일주일에 글 1개 쓰기

더도 말고 일주일에 유튜브 영상 1개 업로드하기

더도 말고 일주일에 책 1권 읽기


생각보다 나는 좋아하는 것도, 즐겨 하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므로 추려내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고 싶은 것이 뭘까 생각하다 보니 금방 정리가 되었다. 약속은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을 일주일에 1개씩 하는 것으로 정했고 나의 성향엔 단기적인 계획이 나을 것 같아 일주일 단위로 시행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결과는 애매한 상황을 초래했다. 유튜브 채널은 꽤나 오래전부터 멈춰졌고 글쓰기는 꾸준히 잘 하다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하지 않았다. 생각이 없으니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도 책은 여전히 읽고 있다. 3개의 약속 중 하나는 실패, 하나는 보류, 하나는 성공. 이도 저도 아닌 진행 상황. 꾸준히 하는 것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또 느낀다. 꾸준히 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어쨌든 약속은 지키는 것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10일을 지냈고 어느새 나는 자연스레 책상에 앉아있다. 책 속의 말처럼 어느새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자체를 온전하게 즐기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지는 못했다. 지키지 않은 약속이 자꾸만 떠올라 신경이 쓰였다. 이놈의 강박에 갇힌 성격은 어딜 가지 않는다.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히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익숙해져 흐지부지될 수 있었던 찰나의 일상이 원래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약속을 하는 행위 뒤엔 꼭 지켜야 하는 의무가 숨어있다. 그것은 타인과 한 약속은 물론이며 나 자신에게 한 약속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나는 약속을 했으니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비록 지난주는 지키지 못했지만 한 번은 살짝 눈감아주기로 하자.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나를 열렬히 환영하고 응원한다. 이렇게 약속을 지켜내다 보면 언젠간 나도 그 꾸준함을 가질 수 있겠지. 가지고 싶다 정말로.

약속 이행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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