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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Jul 18. 2020

벌레는 필요의 존재이다

브런치 통계를 보고 있으면 몇 년 전에 쓴 농사 관련 주제의 조회수가 생각보다 높다. 천연 농약, 천연 비료 등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고 농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농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벌레는 혐오스럽다? 불필요한 존재이다?


농사를 하면서 벌레는 반드시 만나게 되는 생물이다. 아침 일찍 텃밭을 거닐면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고, 풀을 매고 있으면 귓가에서 모기가 귀찮게 앵앵거린다. 노린재부터 개미, 배추벌레, 메뚜기, 이름 모르는 벌레까지 텃밭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 농사에 있어 벌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작물의 수정을 도와 열매를 맺게 하고 땅을 거름지게 한다.


농작물을 갉아먹고 성장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 있는 반면, 해충을 잡아먹거나 땅을 건강하게 하는 익충도 존재한다. 그런데 농사를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은 모든 벌레를 해충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벌레를 극도로 기피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텃밭에 벌레를 전멸시키고자 노력한다.


도시농부학교에 다니면서 해충과 익충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텃밭을 얻어 농사는 시작했는데, 농작물에 피해는 없어야 하겠고, 농약을 뿌리기는 싫고, 그래서 친환경 농약을 찾아봤는데... 별 소용이 없다?!


농약이 아닌 환경에 문제


병충해를 고민하시는 분이 많을 텐데, 그 해결법은 농약이 아니라 작물이 자라는 환경에 있는  같다. 어머니도 식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종종 집 베란다에 고추, 상추, 선인장을 심고 관리하신다. 몇 년 전에도 고추 모종 5개를 사다가 화분에 심어주셨는데, 한 달 후에 진딧물이 바글바글해 고추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도시농부학교에서 배운 천연 농약을 만들어서 고추에 살포해줬는데, 단 일도 소용이 없었어 뻘쭘했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지금 풀과 함께 자라고 있는 고추는 3년째 농약을 살포한 적이 없는데 진딧물을 찾아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도와 습도, 공기의 순환 등 환경적인 요소가 병충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농약을 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


지금 우리 텃밭은 무농약, 무 살충제를 고집하고 있다. 병충해에 예민하지 않지만, 농사를 하는 입장에서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올해 호박과 오이를 심었는데, 초반에 벌레들이 잎을 다 갉아먹어서 '올해는 호박, 오이 구경하기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오이는 전멸했지만, 호박은 역경을 이겨내고  자라주고 있다. 양배추도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는 것을 종종 봤는데, 다행히 겉잎 위주로 갉아먹어서 수확물에 큰 피해는 없었다.(모종 심은 것 대비 수확량이 절반밖에 없었던 것은 함정;)

역경을 이겨낸 호박과 노각
양배추에 구멍이 송송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 먹이사슬이 존재하듯 벌레들의 세계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나뉜다. 어느 하나가 많지 않고 그들의 관계는 적당한 균형을 이루면 돌아간다. 농약에 의존하게 되면 벌레들 세계의 균형이 깨지고 그 피해는 다시 농부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벌레를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 세계를 이해하고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좀 더 편하게 농사를 짓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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