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지미유, 린다G, 다비 이모 등 각종 예능에서 부캐가 유행이다. 나에게도 명절이면 찾아오는 부캐가 있는데...
‘떡집 사위’
설날이면 가래떡을 썰고, 추석이면 송편을 만들고 연휴 대목이면 바쁜 가게 일을 도와드린다. 올 추석 연휴에도 어김없이 송편 지옥에 다녀왔다.
시장 한편, 떡집에 앉아 있으면 참 다양한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
떡이 왜 이리 비싸냐는 사람
무지막지하게 깎아달라는 사람
조물딱 거리고 휙 가버리는 사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별별 사람이 다 있는데, 그중에서 최악은 시장에서 장사한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눈빛, 말투, 행동부터가 다르다. 어깨에 딱 힘을 주고 걸어와서는 선글라스 뒤에 날카로운 눈빛을 감춘 채, 톡톡 쏘는 말을 내뿜는다. 어떤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에 떡 하나 사러 오면서 온갖 허세를 시전 한다.
시장 한 구퉁이에서 인간군상을 바라보며 ‘직업에 귀천이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
시장의 상인들도 엄연히 자신의 사업을 하는 대표이며,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부모님, 가장, 자녀들이다. 일주일 동안 시장에서 바라본 상인들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했다. 떡 2500원, 김밥 2000원, 채소 2000원 등등 그들이 파는 물건은 소소해 보일 수 있지만, 각자의 상호와 이름을 걸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열심히 그 자리를 지킨다.
지갑을 두고 간 손님을 찾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다른 물건을 구매한 손님을 찾기 위해 온 동내를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알아내기도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만약 직업에 귀천이 있다면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허영과 자만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