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the dots
영어학원(박코치)을 다닐 때 스티브잡스의 스탠퍼드 영상을 처음 보게 됐다. 당시에는 영어 공부의 일환으로 스크립트를 따라 읽고 해석하기 바빴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말들이었다.
그의 연설 중 지금까지 마음에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내가 지나온 모든 과거는 현재 순간으로 연결되어 있고, 또 미래에 어떻게 연결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창업을 결심하면서 '연결'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떠올렸다. 내가 과거에 일하던 방식, 역량, 사람들과의 관계 등 사소해 보이지만 많은 것들이 과거와 연결~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 로고를 작업하면서 연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한창 네이밍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거실 벽 한편에는 젤라또와 관련된 수많은 키워드와 후보군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고민 또 고민했지만 네이밍의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딱! 잠들기 직전에 아이디어가 번뜩 찾아왔다.
'네이밍은 부부가 하는 젤라또 [부부젤라]로 하고 로고에 우리 부부 얼굴을 담으면 아기자기하고 귀엽겠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썸머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한 달 넘게 고민하던 네이밍과 로고가 결정되나 했는데,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나와 썸머 둘 다 디자이너가 아니였기에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디자이너를 고용하거나 외주를 주기에는 자금이 부족했고. 주변에 로고 제작을 공짜로 부탁할 수 있는 친한 디자이너도 없었기에 어쨌든 우리의 방식으로 로고를 만들기로 했다.
썸머는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한 때 그림모임도 정기적으로 다녔고 꾸러미를 판매할 때 직접 그린 그림엽서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느 날 썸머가 핸드폰(갤럭시노트10)으로 그림을 쓱쓱 그리고 보여줬는데, 그 그림이 현재 부부젤라의 로고 초안이 됐다.
손으로 그린 로고도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깔끔하게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디자이너였다면 바로 일러스트를 켜서 작업했겠지만 그런 능력이 부족했기에 나의 선택은 '맥북 키노트(파워포인트)'였다.
대학시절 광고 동아리에서 콘티 시안을 만들 때면 나는 무조건 파워포인트를 사용했다. 내가 생각한 내용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강한데, 일러스트는 다룰 줄 몰라서 선택했던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후 서울에서 직장 생활할 때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인포그래픽 작업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도 역시 파워포인트 또는 맥북 키노트를 사용했다. 파워포인트나 키노트로 인포그래픽 구도를 잡아주면 디자이너가 정리하여 결과물을 완성하는 형태로 일처리를 진행했다.(그때 일러스트와 포토샵을 전문적으로 배워뒀으면 현재 내가 고생을 좀 덜했을지도;;)
파워포인트와 키노트는 원활한 발표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동시에 디자인 툴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때의 습관처럼 키노트에 썸머가 그린 그림을 올려두고, 펜툴로 이미지를 정성스레 그려나갔다. 일러스트로 하는 전문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우리 머릿속에 맴돌던 이미지를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 (이때 애플의 디자인 참고하여 둥글둥글한 방식으로 귀여운 느낌의 이미지를 잡았다.)
전반적인 로고 틀을 잡아두고, 지인을 섭외해서 일러스트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러스트가 있어야 나중에 명함, 스티커, 간판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기에 이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이미지까지 작업이 완료된 상태라 일러로 옮기는 것은 쉬운 작업이었다.
그렇게 과거의 경험과 능력치를 활용해 지금의 부부젤라 로고가 탄생하게 됐다.
로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지난 경험은 현재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 내가 경험하고 배운 일들과 내가 만난 사람들이 미래에 어떻게 연결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분명히 가치 있는 순간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어른들이 늘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착하게 살라고' 이야기하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