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11 시작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by 심군

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협력업체에 전화 한 통을 걸 때도 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을 하다가 끝끝내 어쩔 수 없을 때 전화번호를 누르는 타입이다.(내가 생각해도 답답이다 답답)


몇 년 전 큰 시련이 찾아왔다. 회사에서 콘퍼런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회사는 사활을 걸고 있는 행사였기에 개인적으로 부담이 컸다. 행사 프로그램이나 세션을 기획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섭외 전화였다. 세션에 참여할 연사를 섭외해야 했고, 스폰서십도 확보해야 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지?

거절하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말해야 프로페셔널하게 보일까?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대뜸 전화하는 게 실례는 아닐까?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에 전화를 미루고 미루다가 퇴근시간에 임박해서야 수화기를 들었다.


따르릉 ~ 따르릉


수화기 넘어 연결음이 끊어지기 전까지 심장박동은 최고치를 향해 뛰었다. 차라리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여보세요~’


긴장감 가득한 첫 통화에 등에는 식은땀이 가득했지만, 연사분이 흔쾌히 수락을 해줘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한편으로는 ‘왜 진작에 전화하지 않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제한적이고 할 일은 산더미인데, 쓸데없는 걱정과 두려움이 나를 더 촉박하게 만들었다.


연사 섭외가 항상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통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전화기를 드는데 망설이는 시간은 줄어갔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과 두려움은 상당하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에,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무엇이든지 첫 발을 내딛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나에게 직면한 그 일을 회피한다면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닌, 난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


첫 직장, 첫 퇴사, 첫 이직, 첫 창업 등


처음 해보는 일이라고 미래에 대한 결론에 집착하면 두려움만 커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실패와 성공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시작해야 결론을 얻을 수 있듯이.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설렘이라 생각하고 용기있게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ep.10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로고 만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