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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May 14. 2017

(4) 흙을 알면 농사가 보인다...밭매기

농사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짓는다.


작물을 심는 시기와 그 땅(흙)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면 농사의 80%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천재지변(하늘)을 컨트롤 할 수 없지만, 흙은 색깔, 냄새 등을 통해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농사를 짓기 좋은 땅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흙은 어떻게 알아보고, 어떤 방식을 통해서 작물이 잘 자라는 토양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까?


이번주 도시텃밭에서는 안철환 온순환협동조합 대표과 함께 흙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텃밭에서 설명 중인 안철환 대표님

흙은 무기물과 유기물, 수분 그리고 공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성분이 많으냐에 따라서 흙의 상태가 결정되는데, 예를 들어 공기가 많으면 흙이 푸슬푸슬하고, 물이 많을 경우 진흙이 되는 셈이다. 농작물이 좋아하는 흙이란 공기가 잘 통하고(물빠짐이 좋고), 유기물(미생물)이 많은 흙, 한 마디로 살아 숨쉬는 흙을 말한다. 흔히 산속 나무 밑에 낙옆이 썩어 만들어진 부엽토를 생각하면 된다. 검은색을 띄고 있으며, 낙엽 삭은 냄새가 나고 맛을 보면 단맛이 난다. (좋은 흙을 쓰겠다고 산에서 흙을 퍼담으면 불법이니 조심하세요.)


색이 검고, 낙엽 향이 나는 흙. 딱 봐도 좋은 흙처럼 생겼다.

좋은 흙을 써야 작물이 잘 자라고 수확물도 튼실한데, 우리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흙은 대부분 척박한 편이다. (이제는 도시에서 흙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많이 했는데...) 흙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쉽게 사용하는 방법이 거름(비료)을 주는 것이다. 거름을 줌으로써 흙을 비옥하게 하고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거름은 2가지 종류가 있다.


1. 속효성 비료


작물이 좋아하는 거름으로 작물의 성장을 돕는다. 속효성 비료는 유박(기름작물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 요소비료(석유로 만든 비료) 등으로 만들어 진다. 요즘 유박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만들어지며, 발효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가 서식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거름이 흙속에서 발효되기 시작하면 안좋은 암모니아가 발생해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영양소가 적으면 겉잎이 노랗게 변하고, 영양분이 많으면 속잎리 노랗게 변한다. 비료도 적당량을 주는게 좋다

반면,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자연산 속혀성 비료를 구할 수 있는데, 몸에서 매일 배출되는 '오줌'이 그 주인공이다. 오줌은 몸에서 가장 좋은 비료로 유산균을 포함하고 있다. 오줌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일주일 동안 발효를 시킨 후에 물 또는 쌀뜨물과 1:10 비율로 희석하여 사용하면 좋은 비료가 된다. 몸 속에서 나오는 노폐물이라는 인식과 냄새 때문에 탐탁치 않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장기간 발효시킨 오줌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영양소가 많을 경우 고추 줄기가 검붉게 변하기도 한다. 시골에서는 이를 타들어간다고 표현한다.

2. 완효성 비료


흙이 좋아하는 거름이다. 좋은 흙은 만들기 위한 거름으로 유기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가축의 배설물이 대표적인 완효성 거름이다. 닭 똥보다는 돼지 똥, 돼지 똥보다는 소똥이 비료로 많이 쓰이는데 그 이유는 소는 초식동물로써 주식으로 볏집을 먹는데, 풀에 다양한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똥보다 더 좋은 똥은 지렁이 똥이다.) 풀보다 나무에 유기질이 더 많지만, 톱밥에는 독성이 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오랜 발효과정을 거쳐야한다. 볏집 또한 삭히지 않으면 굼벵이가 꼬여서 작물의 뿌리를 갉아먹기 때문에 비료는 꼭 발효과정이 필요하다.


속효성 비료와 완효성 비료를 섞어서 발효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적당한 비율을 섞는게 핵심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시골에서 소 우리에 볏집을 깔아 놓는 경우가 있는데, 한번에 속효성 비료와 완효성 비료를 만드는 방식이다.)


흙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물주는 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 흔히들 하는 착각 중에 한 더위에 '작물이 목 마를 것 같은데 물 줘야지'라고 생각하는데, 이 때 작물은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물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물을 주는 것은 아침 일찍 또는 저녁이 더 좋다.


물은 많이 주면 땅이 망가진다. 물은 양분이 아니다. 작물에게 양분은 공기이다. 공기 중에 질소를 먹기 때문에 흙에 공기가 잘 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흙 속에 산소가 많아야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좋은 흙을 만드는데, 물이 많으면 산소를 차단시키게 되는 셈이다. 적당량의 물을 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일반적인 농지에서는 땅 속에서 올라오는 물이 있기 때문에 씨를 심을 때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데, 자연노지 같은 경우 물을 주는게 좋다. 모종을 심을 때는 반드시 물을 줘야 하는데, 모종을 심기전 구멍을 파서 물을 주고, 물이 땅으로 스며들었을 때 모종을 심고 흙으로 덮어줘야한다. 이후 새순이 나서 자리 잡을 때까지 물을 주고 그 이후에는 적당량만 주는 것이 좋다.


물주는 것보다 땅이 갈라질 때 쯤 호미로 밭을 매주는 것이 좋다. 밭을 매주면 주변에 잡초를 제거할 수 있고, 흙 안으로 공기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호미로 땅을 살살 긁으면서 작물에 북을 돋아주는 것(작물 주변에 흙으로 덮어주는 것)도 좋다.


북돋을 때  TIP
고추, 토마토, 상추 등 쌍떡잎 작물은 흙을 위로 북을 돋아주는데, 맨 아래 잎이 가려지지 않게 흙을 덮어줘야 한다. 파, 부추 등 외떡잎 작물의 경우 흙을 덮어주기 보다는 줄기 주변을 살살 긁어주면 된다.
머천다이징을 해놓아서 위에 풀을 걷고 밭매기를 해준 후 다시 풀을 깔아주는 작업을 했다. 밭매기를 하기 위해서는 머천다이징을 적당히 해줘야 하는 것 같다.

  

안철환 대표님의 설명을 통해 농사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작물의 집인 흙, 그 안에는 많은 생물이 있고 이들은 농부에게 큰 도움을 준다. 농부 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 우리의 삶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도시에 발전과 함께 시멘트에 뒤덮여 살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흙이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도시에서도 좋은 흙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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