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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May 07. 2017

(3) 아름다움이 전부는 아니다...곁가지 치기

곁가지 치기와 지주대 박기

5월 황금연휴도 반납하고 마포에 위치한 옥상텃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지난주 작물을 텃밭에 옮겨심었는데, 작물이 땅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충분한 물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금요일 오전 10시 경에 방문했는데,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땅이 매말라 있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주변 풀들로 머천다이징(흙의 수분을 유지하고 병충해를 막기위해 텃밭위를 죽은 풀이나 비닐로 덮는 작업) 한 텃밭은 촉촉한 모습이었지만, 하지 않았던 곳은 바싹 말라있더군요.


머천다이징 한 밭과 안한 밭의 땅 차이가 확연히 구분된다


작물에 물주기 TIP

작물을 텃밭에 옮겨 심은 이후 땅에 뿌리가 안착하기 전까지는 매일매일 충분한 물의 양을 주는 게 좋습니다. 몇몇 작물(토마토, 고추)의 경우 뿌리가 안착한 이후(두번째 화봉이 생긴 이후)에 물을 많이 주면 덜 자란다고 합니다. 텃밭에 옮겨심고 약 일주일 간은 아침/저녁으로 물을 넉넉히 주는 게 좋습니다. 햇볕이 뜨거운 시기에는 작물들이 호흡하고 에너지를 뿜어내야 하기 때문에 아침/저녁이 물 주기 좋은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물을 줄 때는 스프링쿨러를 사용하기 보다는 물조리개를 사용해주시고, 잎보다는 뿌리 주변 흙을 적신다고 생각하며 주는 게 좋습니다. 수압이 강한 스프링쿨러를 사용하면 주변에 흙이 잎이나 줄기로 튀게 되는데, 이때 흙에 있는 병균이 작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겉가지 치기와 지주대 작업을 하기 위해 토요일 다시 텃밭을 방문했습니다. 햇볕이 강해서 하루 사이에 땅이 말라 있었죠. 똑같은 텃밭에 여러 작물을 심었지만, 성장상태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상추 모종 1~2개는 말라 죽기도 했지만, 토마토는 쑥쑥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작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고추는 잎이 넓게 잘자란 것도 있었지만, 웃자란 작물(위로만 곧게 자란 상태)도 있었죠.

같은 텃밭에 심은 고추지만, 성장상태가 가지각색이다.


모종 고르기 TIP
흔히 처음 모종을 살 때 위로 높게 자란 모종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보다는 위, 아래 가지 사이가 단단한 모종을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키가 크다고 구실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덧 고추는 꽃을 피우기 위해서 하얀 봉우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작고 앙증맞은 흰 꽃이 피고 난 후 그자리에 열매가 맺힌다고 합니다.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텃밭에서 꽃이 피는 모습을 보니,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옆에 있던 대표님 왈


"고추가 처음 열매를 맺으면 그 부분은 바로 따주세요."


"수확해서 빨리 먹고 싶은데, 겨우 난 열매를 없애라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고추의 경우 처음 열매에 모든 에너지가 투입된다고 합니다. 하나를 위해 80% 이상의 에너지가 투입되는데 첫 열매는 알짜배기인 셈이죠. 그러나, 첫 열매를 잘라내지 않으면 다른 가지에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추가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 때 첫 열매를 잘라주면 고추가 '아, 가만히 있으면 죽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죠.

흰 꽃이 핀 자리를 밀어내고 열매가 맺히게 된다.

토마토는 조금 다릅니다. 토마토는 한 가지에 노란 꽃이 3~5개 옹기종기 피어나고 그 뒤에 열매를 맺습니다. 처음 꽃이 필 때 꽃을 잘라주기도 하지만, 굳이 자르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하네요. 대신 토마토는 곁가지치기에 좀 더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곁가지란 작물의 본체인 줄기와 줄기에서 뻗어나온 가지 사이에서 새롭게 자라나는 부분을 말합니다.


노란 꽃 뒤에 작은 토마토 열매가 맺혔다

토마토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작물 중에 하나로 곁가지 또한 빠르게 자랍니다. 이 때 곁가지를 쳐주지 않으면 원래 줄기보다 더 두껍게 자라나게 되고 영양분을 뺏어가서 토마토가 잘 자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여린 곁가지의 경우 손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굵어질수록 가위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곁가지 치기를 잘못하다가 본 줄기에 상처가 나게 되면 그 공간으로 세균이 침입할 수 있기 때문에 줄기가 다치지 않게 곁가지 치기를 해줘야 합니다. (곁가지 치기는 매번 틈틈히 해주는 게 좋습니다.)

줄기와 가지 사이에 새로 돋아난 곁가지


고추가지 훑기란?
고추의 경우 토마토의 곁가지 치기와 비슷하게 가지 훑기라는 것이 있다. 줄기 가장 아래 쪽에 3개의 가지가 있는데, 싹을 틔운 가지들로 광합성을 가장 잘한다고 한다. 그만큼 햇빛을 잘 흡수하고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는 데 일조를 하는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고추가 일정 수준 자라게 되면 위에 잎들에 의해서 광합성을 잘하지 못하고 영양분만 축내는 존재가 될 수 있으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래 가지를 잘라주기도 합니다. (꼭 세3가지를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고추밭을 위주로 하는 농촌에서는 하나하나 제거하기 힘들기 때문에 줄기부분을 잡고 아래로 훑어 내린다고 하는데, 이를 고추가지 훑기라고 한다.


지주대 박기


고추의 경우는 뿌리가 깊게 박히는 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불면 쉽게 넘어지게 되는데요. 토마토의 경우에는 열매가 무고 많이 열리기 때문에 나중에 작물이 주저않기도 하죠. 이 때문에 작물들이 기댈 수 있는 지주대를 설치해줍니다.


작물이 다 자란 상태에서 지주대를 박게 되면 뿌리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이른 시기에 지주대를 설치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간격은 작물과 5cm~10cm  정도 떨어트린 상태에서 심어주고 고추끈이나 기타 끈으로 작물과 지주대를 고정시켜주면 줍니다. 이 때 끈으로 작물과 지지대를 바짝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여유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닏다.



작물과 지지대 고정하기 TIP
 8자 매듭 형태로 작물 부분에 여유공간을 만들고 다른 쪽은 지주대에 단단히 고정시키면 됩니다.


작물이 자라는 만큼 중간중간 끈으로 작물이 넘어지지 않게 고정해주면 되죠. 지주대의 경우 고추는 1.2m, 토마토는 1.5m 정도의 길이를 사용하면 됩니다.


다른 곳에 비해 모종을 빨리 심은 편이고, 성장 속도도 더딘 편이라고 하지만, 몇몇 친구들은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고추 꽃과 토마토 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게됐네요. 소소한 기쁨 때문에 텃밭을 가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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