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 푸르른 6월이 시작됐다.
텃밭의 작물들은 매일매일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토마토는 밀림처럼 가지를 쭉쭉 뻗어가고 있었다. 호기롭게 주말농장을 시작한 사람들의 경우 토마토 때문에 텃밭 운영을 포기한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피부로 실감했다. 곁가지가 본 줄기보다 더 굴게 자라있어서 골라내기도 힘들다.
감자는 2주 동안 싹을 피우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싹이 돋아난 이후에는 폭풍성장을 해서 하얀 꽃도 피웠다. 감자 꽃을 생전 처음 봤는데, 그 모습이 꽤 영롱했다.
가지도 이쁜 연보라 색 꽃을 피웠다. 실외기 앞쪽에 심어서 잘 자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단단한 열매를 맺으며 도시농부의 걱정을 보란듯이 날려주었다.
다만,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고추가 생각보다 못 자라고 있다는 것. 모종 8개를 심었는데, 절반은 열매를 잘 맺고 있는데, 나머지는 힘없이...
내 작물이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 농부들은 이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 그 때 작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비료'이다. 사람이 영양재를 먹으며 건강을 챙기듯, 작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데 필요한 성분(질소, 인, 칼슘 등)을 주는 셈이다. 영양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흔히 '화학비료'를 뿌려주는데, 최근에는 땅과 작물에 축적된 화학비료가 환경에 안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화확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비료'를 사용하는 농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내 가족과 친구들이 먹는다면 이왕이면 천연비료를 사용하는 게 좋겠죠.)
비료는 단계별로 주는 종류가 나뉜다. 파종을 하고 잎이 날 때는 '질소비료'. 열매를 맺을 때는 '인산비료'. 수확시기 쯤에는 '칼슘비료'를 뿌려주면 좋다. 3가지 비료는 우리 생활에서 구해서 쉽게 만들 수 있다.
* 오줌: 혈액 속의 노폐물과 수분이 신장에서 걸러져서 방광 속에 괴어 있다가 요도를 통하여 몸 밖으로 배출되는 액체
우리 몸은 가장 좋은 농기구(?)라고 할 수 있다. 혈액 속 노폐물이지만, 작물에게는 좋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오줌을 작물에 뿌린다고?!' 놀랄 수 있지만, 밭에 오줌을 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줌을 발효시킨 후 물에 희석해서 사용한다. 그래도 찜찜한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하지만 만들기 가장 쉬운 비료이기 때문에 한번 시도해길 바란다.
1. 오줌을 패트병에 모은다. / 병에 모은 날짜를 적는다.
2. 오줌이 담긴 패트병 뚜껑을 꽉 닫고 일주일 이상 발효시킨다. 1년, 2년 더 오래 발효시켜도 상관없다. (오래 될수록 지린내는 없어진다고 한다. 발효는 서늘한 곳에서 해주세요.)
3. 발효한 오줌 소주 한컵 분량 + 물(조리개 1개 20L)을 섞은 후 밭에 뿌려주세요.
우리는 매일 밥을 지어먹고 사는데, 쌀뜨물을 이용하면 인산비료를 만들 수 있다. 쌀, 겨에는 인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비료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이다.
* 준비물: 쌀뜨물 1.8L 정도, EM 50ml(소주잔 한 컵), 설탕, 천일염
1. 쌀뜨물 1.8L 정도를 준비해주세요. 쌀뜨물의 경우 첫번째 쌀뜨물에는 농약이 조금 섞여 있을 수 있으니, 2번째 또는 3번째 쌀뜨물을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로 패트병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패트병 한가득 쌀뜨물을 준비하기 보다, 뚜껑에서 10cm 정도 공간을 남겨주세요.
2. EM 50ml(소주잔 한 컵)와 설탕 한숟가락, 철일염 한숟가락을 넣고 섞어줍니다. (발효가 더 잘된다고 합니다.) EM이 없다면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유산균을 사용하면 됩니다.(막걸리 찌거기, 요구르트, 김치 국물 등)
* EM: Effective microorganism의 약자로 유용한 미생물을 뜻합니다.
3. 쌀뜨물과 EM을 섞어서 발효시켜줍니다.(발효는 서늘한 곳에서) 발효기간은 더운 날 일주일, 추운날 2주일 정도가 걸립니다. 발표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패트병이 빵빵해지면 뚜껑을 열고 가스를 빼주세요. 일주일 뒤에 만든 비료에서 역한 냄새가 나면 상했기 때문에 바로 버려주시고, 냅새를 맡았을 때 새콤달콤한 냄새가 난다면 발효가 잘됐다는 증거입니다.
4. 발효한 인산비료 소주잔 한컵 분량 + 물(조리개 1개 20L)을 섞은 후 밭에 뿌려주세요.
달걀은 정말정말 고마운 식품이다. 맛도 좋고, 다양한 요리 재료에도 사용되고 작물을 키우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지난주 달걀 노른자로 만드는 천연농약 '난황유'에 이어서, 달걀 껍질을 사용하면 천연비료인 '난각칼슘'을 만들 수 있다.
* 관련 글: 진딧물이 천연농약으로 무찌르기
난각칼슘을 만들기 위해서는 달걀 껍질에서 칼슘을 뽑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도와주는 친구는 '식초'이다.
* 준비물: 달걀 껍질 100g, 식초 500ml, 패트병, 절구
1. 달걀 껍질은 사용한 이후 한번 행궈서 땡볕에 말려줍니다.
2. 말린 달걀 껍질 100g은 절구에 넣고 곱게 갈아줍니다. 믹서기에 갈아도 상관 없습니다. 잘게 갈린 껍질일수록 반응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3. 곱게 간 달걀 껍질을 패트병에 넣고, 식초 500ml~800ml를 넣고 섞어줍니다. (식초의 경우 현미식초를 사용했습니다. 사과식초보다 아미노산이 많다고 하네요. 빙초산은 사용하지 마세요.)
4. 껍칠과 식초가 만나면 거품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요. 놀라지 마시고, 거품이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껍질과 식초가 잘 섞이도록 중간중간 흔들며 잘 섞어줍니다.
5.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정도 보관하며 발효시킵니다.
6. 발효시킨 난각칼슘 소주잔 한 컵 + 물(조리개 1개 20L)을 섞은 후 분무기에 담아서 잎에 뿌려주면 흡수가 빠릅니다.
** 비료의 경우 물로 500배~1000배 희석하여 사용합니다. 다른 종류의 비료는 일주일 간각으로 밭에 주는 게 좋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천연재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과다한 비료는 작물에게 해롭다. 작물이 웃자라기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량을 생각하면서 텃밭에 비료를 주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