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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16. 2023

She is...

The past 2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지난 줄거리-

나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충청도 시골에 계시는 외할머니와 단둘이서 살고 있다. 실성했다 깨어나보니 내 안에 잠재된 싸움꾼의 본능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픈 기억을 지우는 일은 유일하게 그 길밖에 없었다. 그러다 만난 그녀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직도 회상 중...


The past 2


고교 입학 후 한 달 동안 교복을 몇 벌을 맞췄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가면 할머니가 나의 거지꼴이 된 모습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신다. 그런 나를 부둥켜안고 우신다.


할: "아이고, 우리 강아지 누가 그랬어?"

할: "우리 착한 백호를 누가 그랬어. 고얀 놈들 같으니."


참다못한 할머니가 어느 날 학교에 오셨는지 담임이 부르길래 교무실로 갔다. 할머니가 와계셨다. 할머니는 선생님께 하소연을 하신다.


할: "선생님 우리 백호가 올메나 착한디유."

할: "어떤 놈들 인지 아주 지가 만 안 둘 거구먼유."

할: "누가 자꾸 우리 백호를 괴롭힌대유."

할: "얼굴 봐유, 찢어지구 피나구 뭐유저게..."(할머니 한숨)

선: "아. 그게... 할머님 진정하시고요."

선: "백호가 괴롭힐걸요. 하하. 아닙니다."

선: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할머님. 걱정 마세요. 하하"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사람이 참 좋다. 입학 후 방황하는 나를 옆에서 많이 잡아주려고 노력하셨다.


이제는 싸움을 걸어오는 놈들도 없고 싸움을 걸을 일도 없어졌다. 재미가 없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우리 학교에 통이 되어 있었고. 우리 지역 통으로도 통하고 있다. 지금껏 여자와는 손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숙맥인 내게 팬클럽도 생겼다.


학교가 남녀공학이다. 게다가 우리 학년은 남녀합반이다. 쉬는 시간이면 다른 반 여학생들이 문 앞에서 나를 보려고 기다린다. 선물도 사 오고, 밥도 먹자고 귀찮게 한다. 나는 아직도 말이 거의 없다. 말이 안 트인 건지. 이러다가 진짜 벙어리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루에 한마디 정도는 한다.


백: "야. 비켜." (여학생한테 하는 말)

여 1: "꺄악~~ 너무 멋져~~"

여 2: "나도 비키라고 해줘~"

여 3: "나도 되게 잘 비키는데~ 웅? 백호야~"


왜 자꾸 나한테 성가시게 구는지 모르겠다. 남자 놈들을 다 해치웠더니 이제는 여자들이 난리다. 다 눈에 안 들어오는데 얼마 전부터 유독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이만 보면 엄마생각이 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분이 별로다.


그런데 자꾸만 눈이 간다. 같은 반이었는데 자주 눈이 마주친다. 그녀는 짝사랑하는 놈들이 많은 만인의 연인이었다. 꿈속에서 왜 자꾸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나와는 대각선에 앉아 있어 엎드려서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눈이 마주친다. 나도 모르게 그녀가 좋아진다. 어느 순간 그녀라고 부른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이놈에 수컷들의 자연스러운 본능인 건가. 싸움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나도 나란 놈을 알아가는 데에는 한참이라는 시간이 걸릴 거 같다.


어느 날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그녀가 내 국어책에 연필로 뭐라고 적어대더니만 책을 덮어버리고 간다.

백: "어디다 썼더라."(나의 혼잣말)


책을 한 장씩 넘겨보는데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난 널 사랑해.'(그녀가 쓴 말)


그때 갑자기 미쳤었나 보다. 딱 세 글자만 해주고 싶었다. 저벅저벅 다가가서 하는 말.

백: "야. 나두."


진짜 나란 놈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던 건지 연구대상이다. 이 말도 쫌 멋있었다. 멋있는 건 혼자 다하는 중이다.


그녀의 이름은 최소연이었다. 그녀와 나는 그렇게 순수한 사랑을 했다. 고교시절 유일한 친구라면 그녀밖에 없었다. 그녀는 점점 나의 굳게 닫혀있던 마음과 입을 열게 했고, 점차 일상을 되찾아갔다.


나의 싸움꾼 기질을 높게 샀는지 나를 이종격투기장으로 추천한 것도 그녀다. 이종격투기는 나와 잘 맞았다. 링 위에서 스릴 있는 격투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잡다한 생각 없이 나의 경기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몰입도가 엄청났고 나의 천직이라고 여겨졌다.


매경기마다 어김없이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은  나를 이종격투기 중독자로 만들었다. 덕분에 고교 전국체전 신인왕을 거머쥐며 나는 그렇게 전국 제패를 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고등학교시절은 이종격투기와 그녀, 그리고 학교 통이라는 걸 얻을 수 있었고, 그게 전부였다.


고3수능을 앞둔 여름방학 그녀는 내게 물었다.

소: "백호야. 너도 대학 갈 거지?"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는 180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 대학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녀의 질문에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백: "글쎄... 대학 꼭 가야 할까?"


그날 밤 집에 가서 미래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싸움박질인데 이걸로 밥은 먹고살지 의문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검사를 목표로 서울법대를 가겠다고 열심히 공부해 왔는데, 그런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책을 펴보지 않아서 새책이다.


지금 여기에는 나와 할머니 둘 뿐. 할머니가 걱정되었다. 그리고 내 미래도 걱정되었다.

백: "할머니, 나도 대학 가볼까?"

할: "아이고, 구람 우리 강아지 대학 가야지 암만."

백: "그럼 할머니는..."


다니던 체육관도 때려치웠다. 수능까지 석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친구 놈들이 떠들어 댄다.

친: "야. 백호야 우리 100 일주 마시러 가야지~"

친: "100 일주는 꼭 마셔야 한대~"

백: "됐어. 공부할 거야."

친: "뭐?? 얘가 뭐래냐? 내가 잘못들 은거지?"

친: "얘가 뭐 잘못 먹었냐? 하루아침사이에 왜 그래~ 백호야 정신 차려"


100 일주 대신 100일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코피를 쏟는 날이 많았다.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진작 싸움박질을 하지 말고 공부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한들 어쩌하리.


그래도 나는 그렇게 뒤늦게라도 공부를 한 덕에 서울은 못 갔지만. 검사에 대한 미련이 남았는지. 지방대 법대 4년 장학생으로 입학을 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공부를 곧잘 해서 좋은 명문대학에 입학을 했다.

백: "소연아, 연락할 거지?"

소: "웅."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우리는 그렇게 대학 입학과 동시에 헤어지게 되었다.


할머니를 생각해서 군대를 늦추다 보니 ROTC라는 것이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장교로 가니 월급도 준다고 한다. 집안 형편상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아 무작정 지원했다.

나의 파란만장한 생활은 그러했다.


방황하던 삶을 끝내고 다시 또 호열이와 방황을 하고 있다.

(여기는 다시 상무대)


한참을 이야기한 취중진담이다. 이놈은 아무런 말이 없다.

백: "야. 자냐??"

백: "야. 호열??"

백: "아놔, 이 자식 진짜. 안 일어나??"

술병은 다섯 병. 호열이는 언제부터 주무신 건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시계는 어느덧 새벽 3시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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