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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20. 2023

불안... 초조

재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어느덧 상무대에 온 지 4개월이 되었다. 익숙해질 때면 떠나는 것이 사람 인생인가 보다. 오늘은 OBC(Officer Basic Course) 초급장교 교육 수료날이다.


이제는 호열이와 몰래 마시던 세상 맛있는 술맛도 더 이상 맛볼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는 말없이 더블백에 짐을 싸고 있다. 호열이의 눈시울은 붉어져있었다.


백: "야, 질하게 우냐? 쪽팔리게."

호: "울긴 뭘 울어 또라야."(돌아서 눈물 훔침)

백: "부르면 문산으로 튀어나와 술 먹게."

호: "응..."

백: "야!"

호: "응?"

백: "고맙다고..."

호: "싱겁긴."


지금껏 이렇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한 적은 처음이었다. 친구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 고마운 녀석이다.


우리는 서북부전선 같은 1사단 파주에서 자대배치가 될 예정이다. 다른 동기들은 몇 연대 소속인지 알 수 있었지만 나는 이상하게 소속이 없었다.


백: "나만 뭐 이러냐. 난 어디로 가는 거지?"

호: "아니 너는 왜 아무것도 안 나오냐?"

백: "내 말이. 난 버린 인가."

호: "설마 북한으로야 보내겠냐 하하."

백: "병신아, 웃을 일이 아니야 심각해."


왜 또 나만 이런 건지... 하도 사고를 쳐대서 자대를 안 보내나 싶었다. 나는 구대장님께 어디로 가야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구: ". 누군가 했더니 귀관이구나."

구: "일단 문산역까지 가면 인솔자가 데리러 온다고만 알고 있는데."

백: "그냥 집에 가면 안 됩니까?"

구: "뭐?? 가는 날까지!!"

백: "농담입니다. 하하. 충성!!"


동기들과 모두 기차에 올랐다. 마치 입영열차처럼 우리는 전라도 장성에서 파주까지 그렇게 자대로 향했다. 나만 정처 없이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불안했다.


호열이와 나도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백: "잘 가. 건강하고!!"

호: "웅! 연락할게!! 사랑해!!"

백: "붕신... 나도..."


동기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구대장 말대로 문산역에 혼자남아 누군가가 올 때까지 죽치고 기다렸다.


(독백)"누가 오긴 오는 건가. 젠장 백 셀 동안 안 오면 난 집에 간다."

"하나, 둘, 셋... 오십... 칠십... 팔십구... 팔십구 반... 구십..." 


그때였다. 검은색 승용차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을 내리더니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자네가 심소위 맞나?"

백: "네."

"어서 타게."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왠지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선글라스를 벗으니 어디서 보긴 본 거 같아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생각이 날듯 말 듯한데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멋지게 잘 자랐구나."


순간 목소리를 듣자마자 생각이 났다. 중3 겨울방학 부모님을 잃고 홀로 남겨진 나를 충청도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댁에 데려다주었던 아버지 친구분이었다. 어느덧 7년이 훌쩍 넘은 시간. 여기에서 다시 보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


백: "잘 지내셨지요...?"


아버지 친구분은 잊고 있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둘은 둘도 없는 고등학교 절친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검사의 길을 걸었고 친구분은 국정원(국가정보원)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는 애초에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단다. 내가 봐도 그랬다.


아버지는 차기 대권주자로 이슈몰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의도적인 정치적 희생양이었으며, 결국에는 아버지를 견제하기 위한 야욕에 불타는 못된 자들이 그 지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미 언론에 수도 없이 회자되었던지라 나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어서 크게 놀랍지 않았다.


나는 중간에 말을 끊었다.

백: "그나저나 저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그래. 백호야 시간이 많이 없다. 잘 들어."


아버지 친구분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버지를 견제하려던 자들이 에 대한 존재알게 될까 봐 차단을 하기 위해서 내가 나섰다. 네가 발령되대는 원래 이쪽이 아니었어.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도 있고 아무튼 너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네가 가는 부대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란 것만 기억해라. 괜히 힘든 길을 걷게 하는 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부대에 들어가면 황치수 중사를 찾아라. 아니 황중사도 아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너는 네 위치만 지키면 돼. 다 잘 될 거니깐 걱정 말고. 네 부대하고 내쪽은 핫라인(비상용 직통전화)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깐 급할 때 연락하고. 알았지?"


아버지 친구분은 나를 부대 정문이 보이는 곳에 멀찍이 내려두고 떠났다. 몇 번을 강조했는지 아직도 속에 맴돌았다. '너는 네 위치만 확실히 지키면 된다. 아무한테도 휘둘리면 안 돼! 황중사를 찾아 황중사!'(맴도는 말)


"말 참 더럽게 많으시네. 뭐 이리 복잡해 젠장... 그나저나 어디까지 온 거야"(독백)


통일대교를 한참 지나 꽤나 오랜 시간을 들어왔다. 아버지 친구분의 차량은 검문소를 마구통과하는 프리패스차량과도 같았다.


나는 그렇게 부대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다. 정문이 점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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