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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24. 2023

또 다른 시작

만남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부대 정문 위병소가 보인다. 위병소 옆에는 무슨 죽은 사람들의 비석들이 이리도 많은지 조금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평범함을 추구하지 않는 나는 갑자기 느닷없는 똘기가 발동됐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옛날에는 언뜻 위병소부터 때려잡고 들어가라고 했던 거 같다.


마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앞에 보이는 엄한 바리케이드를 발로 찼다. 꿈쩍하지 않았다. 한번 더 발로 찼지만 역시나 그대로였다. "아 씨 쪽팔려.."(독백)


안 되겠다 싶어 더블백을 집어던져놓고 바리케이드를 사정없이 계속 발로 찼다. 그제야 찔끔 밀린다. 아주 찔끔.


당황한 위병소 근무자들.

"전진! 어어~ 왜 그러십니까?"(전진은 경례 구호임)

"누구십니까??"


백: "뭐? 누구십니까? 이 자식들이!"

순간 근무자들이 총을 내 머리에 들이댄다.


백: "어어~ 왜 그러세요. 무섭게."

"어떻게 오셨습니까?"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면..."


"어? 혹시... 백호형?"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가뜩이나 대인관계가 별로인 나인데. 여기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인가. 그런데...


백: "어라. 내가 잘못 들었나."

백: "뭐야. 태섭이?"

백: "너 태섭이 맞지? 이태섭? 그렇지?"


"어 맞아. 혀엉~~~"(울면서 안긴다)


10분만 시간을 내기로 하고 우리는 PX로 향했다. 태섭이는 내 중학교 친구 태성이의 동생이다. 서로의 집안사정까지 훤히 알정도로 부모님끼리도 각별한 사이였다.


백: "얼굴은 그대로네. 나 안 보고 싶었냐?"

태: "갑자기 연락 끊겨서. 보고 싶었지"

태: "난 형도 죽은 줄 알았어..."

백: "뭐 인마. 재수 없게."


태: "아니 소문이 그렇게 났었거든..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야. 어떻게 지냈어?"

백: "충청도 외할머니댁. 거기로 바로 내려갔어."


백: "고작 일병이냐. 안 힘들어? 하긴 난 이제 시작인데"

태: "응. 할만해. 근데 여기 쫌 빡세."

백: ". 태성이는?"

태: "형은 카이스트 다녀."

백: "이야. 성공했구나! 잘 나가네. 나보다 공부도 못했던 놈이."


백: "부모님은 잘 계시지?"

태: "아니..."

백: "왜? 무슨 일 있으셔?

태: "돌아가셨어."

백: "뭐?? 진짜?"

태: "응... 형네 부모님 가시고 한 달이나 됐나."(울먹임)


백: "왜? 사유는?"

태: "몰라. 교통사고..."

백: "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태: "그러게. 나도 미치는 줄 알았어."


태: "아. 맞다 형 나 근무!"

백: "더 있다가 인마 이게 얼마만인데."

태: "짬이 안되잖아. 근데 형 우리 부대로 오는 거야?"

백: "그런가 봐 여기로 가라던데."

태: "와 대박~ 알겠어 형! 다음에 또 얘기해!"(급하게 뛰어간다.)


느낌이 쏴했다. 왠지 우리 부모님의 사고사와 연관이 되어있으리라 대충 짐작은 갔다. 태성이 아버지는 세무사로 우리 아버지와 아버지 주변인맥들에 대한 세무처리를 도맡았던 분이었다.


아버지가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을 때 근거 없는 뇌물수수혐의가 정치권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함께 고생을 해주셨던 태성이 아버지다.


또 교통사고라니 분명 뭔가가 있어 보인다. 언젠가는 태성이 부모님의 죽음까지 낱낱이 파헤치리라 마음먹었다.


(독백)"그나저나 나는 어디로 가야 되는 거야 젠장. 아 맞다. 황중사."


무슨 놈에 부대가 코딱지 만했다. 부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병사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고, 오래된 시설만이 세월을 말해주는 듯했다.


나는 무작정 행정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비와 같은 육중한 뒷모습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백: "심백호라고 합니다만..."


장비와 같은 사람이 나를  돌아본다. 중사계급에 명찰에는 황치수라는 이름이 보인다.


황: "전진! 오셨습니까? 하하하.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하"(목소리 큼)

백: "제대로 왔나 보네요. 반갑습니다. 하하"


나도 멋쩍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악수를 건네는 황중사. 황중사는 체격에 맞게 목소리도 장비와 같이 우렁찼다. 반갑게 맞이해 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독백) "낯선 곳 낯선 사람 이제 또 다른 시작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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