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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Oct 07. 2023

Mission

기대 반 우려 반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지난 줄거리-

상무대 초급장교 교육을 마치고 호열이와 헤어진 후 자대로 오게 되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온 것 같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 친구와의 재회부터 친구 동생 태섭이와 한 부대에서 근무라니, 이런 게 바로 삶의 묘미인 건가. 드디어 황중사를 만났다. 나의 임무는...


황: "앉으십시오. 중대장님."

백: "네."

백: "네??"

황: "네. 중대장님 하하하."

백: "아. 죄송하지만 제가 잘못 찾아온 모양입니다. 하하."

황: "여기 맞습니다. 하하하."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 건가. 이제 갓 부임한 소위한테 중대장이라니. 농담도 참 잘하신다고 생각했다.

"나를 가지고 노려고 하네. 꼭 장비같이 생긴 게"(독백)


백: "농담도 참. 하하."

황: "진짭니다. 중대장님."(갑자기 웃음기 싹. 사람 불안하게 이건 뭥미)

황: "지금부터 제 얘기 잘 들어보십시오."


진지한 대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황중사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Mission


우리 부대는 일명 "라이언 부대"라 불리는 독립중대(1개 중대)로 소수정예의 병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계부대인지 특수부대인지 수색대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형태를 띠고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부대라고 한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대라고 한다. 뭔가 비밀작전이라도 있는 건가. 짧고 굵은 군생활 폼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는데 잘됐다.


우리의 임무는 강안경계작전과 JSA공동경비구역을 후속지원 하는 것이다.

"이야. 거창하네 아주. 폼 제대로 나겠어. 말로만 듣던 그 JSA"(독백)


말만 거창하지 쉽게 얘기하자면 평소에는 판문점 초근거리에 있는 '어룡저수지'를 지키는 문지기 역할과 전시에는 JSA공동경비구역을 사수하여 중립국들이 철수할 때까지 총알받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끔은 미군장교가 나를 불러 뭐라고 떠들어대고, 가끔씩은 헬기도 탄다.


판문점으로부터 2km, 군사분계선 최단거리 1km밖에 안 되는 초 근접거리 어룡저수지, 임진강과 이어지며 강물이 북측과 연결이 되어 있어 철저한 감시구역으로 통한다. 서북부 지역 최고의 민물장어 서식지로 로인(어부)의 출입을 통제하게 되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곳은 우리 부대 군인들의 통제하에 어로활동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한덕규 어촌계장(일명 한계장)을 중심으로 어로인들의 어촌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한계장은 막대한 파워를 자랑하는 어룡저수지의 대통령으로 통한다. 이 지역에서는 한계장의 말이 곧 법이며, 규칙이다. 한계장에게 밉보이면 어로활동을 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다.


하지만 한계장의 비리에 대한 소문이 은밀히 퍼져있다. 한계장은 어룡저수지를 통하여 탈북하는 탈북민을 돕는 대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탈북민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예측이 불가능하나 주변 식당이나 읍내에는 이미 이북말이 많이 들리고 있다고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한계장은 그 탈북민들을 데리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규모가 점점 커져 조폭과 군대 고위 간부들과의 연결고리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계장의 횡포를 막는 일이다. 증거를 포착해야 한다. 머리가 커질 대로 커진 한계장은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한다. 돈에 눈이 멀어 있으며, 연줄에 연줄을 거듭하여 그 인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부대에 발령되는 어느 중대장이나 중대장 할아비를 데려다 놓아도 한계장이 중대장을 포섭하고, 중대장과 결탁하여 한계장의 일을 눈감아주는 일이 지금껏 계속해서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한계장에게 농락당해 이용만 당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부대원도 많이 있었다.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쩐지 위병소 옆에 으스스한 비석들이 많더니만 이상하다 싶었다. 전방부대의 특성상 부대원의 죽음마저 원인 모를 사고사로 위장되어 쉬쉬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어쩌면 이번 나의 발령은 그에 대한 특단의 조치이자. 실험 대상이기도 하다. 나는 자대에 오자마자 다이아를 하나 더 달아서 중위계급이 되었다. 그리고 직책은 소대장이 아니고 바로 중대장이다.


달아줄 거면 대위는 달아줄 것이지 중위 중대장이라 폼은 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병력 70여 명을 거느리는 라이언 부대의 가장 높은 사람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허락 없이는 절대 어룡저수지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나에게도 막대한 파워가 생겼다. 한계장이고 나발이고 똘기면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나로서는 이 위치가 제격인 듯하다. 한계장이 되었든 그보다 더한 놈이 되었든 이 구역의 왕은 나다.


황중사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황: "중대장님?"

백: "........."

황: "중대장님?"

백: "네?"

황: "잘 들으셨는지요?"

백: "뭐..."

황: "졸으셨는지요?"

백: "네? 하하하. 들었죠. 뭐 그 정도야."(멋쩍은 웃음. 머리 쥐 날 뻔..)

백: "별... 별거 아니네요. 하하"


그저 쓴웃음만 나왔다. 뭐가 이리 복잡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가 보다. 기대된다... 까짓것 될 대로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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