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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Feb 15. 2024

한계장과의 조우

뜻밖의 만남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인물,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전지적 심중위 시점'

'심중위 관점에서 바라보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


한계장과의 조우


이곳은 넓게 펼쳐진 어룡저수지 덕분에 아침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가 자욱하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길이 안 보여 논두렁에 머리부터 처박은 적이 있다.


이제는 점점 부대생활에 적응해가고 있고, 가끔은 집 보다도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어딜 가나 적응하게 되나 보다. 처음에는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았었는데 이제는 눈을 감았다 뜨면 자동 기상이다.


동네 지리를 익히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씩 돌아보던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고, 혼자 이곳저곳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워낙에 인적이 드물어서 오염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곳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맑은 공기가 코끝을 찌르고 숨만 쉬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산소통에 담아서 전역할 때 가지고 가고 싶다.


이럴 때 태우는 담배 한 개비는 그야말로 끝내준다.

"캬~ 역시 이맛이지 죽인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른 새벽부터 좋은 공기를 마시고 이렇게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여기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점점 담배가 늘어가고 있다. 왜 군대만 가면 다들 골초가 되어 전역하나 했더니만 그 심정을 알 것 같다. 내가 딱 그 모양이 되려나 보다. 

"역시 군생활이란 고달프구나."(뻐끔~ 후~)


이제는 눈을 감고도 어디가 어디인지 훤히 알 정도가 된 것 같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부대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젠장 오늘은 군대리아다. 난 빵식은 별로다. 입이싸구려 입맛이라서 든지 잘 먹지만 유일하게 이 군대리아만 싫다. 어려서부터 할머니가 꼭 밥을 챙겨주셔서 그런가 보다.


태섭: "하나 끓여 옵니까?"

내가 입맛이 없어 보일 때면 태섭이가 라면 하나를 후딱 끓여다 준다. 계란에 참치까지 넣어서 끓여주는데 백종원도 저리 가라다. 역시 눈치하나는 기가 막히는 놈이다. 충성심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부하가 많으면 쿠데타도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두광이처럼. 우리 사단은 왕년에 전두광이가 사단장을 역임한 부대다. 그래서 아직도 전두광이 사단으로 불린다.


오늘은 우리 부대에 사단장이 순찰을 나온다고 해서 아침부터 비상이다. 

백: "전진! 우리 라이언 부대는 우측으로는 어룡저수지와 좌측으로는 JSA A를 J.. J 아 아.." "와놔 이거 말이 자꾸 꼬인다. 톤은 괜찮냐?"

태섭: "멋지십니다. 꼭 성우 같지 말입니다. 헤헤"

백: "성우 쌈 싸 먹는 소리 하네. 오래간만에 긴장 타니까 살아있는 거 같고 좋은데?"



갑자기 행정반에 울리는 전화

태섭: "통신보안. 전진! 네 네 알겠습니다 전진!!"

"중대장님 사단인데 오늘 어룡저수지 통문 앞 소초로 나오신다고 합니다."

백: "여기 말고? 얼마나 남았지?"

태섭: "두 시간 전입니다."

백: "빨리 가자."


우리는 어룡저수지로 도착했다. 평소와 다를 거 없이 평온한 분위긴데 나 혼자 마음이 급했다.

백: "야야 저 지저분한 것들 다 뭐야. 안 보이게 짬 시키고 빨리빨리."

상황판을 비치하고 지휘봉을 잡고 혼자 연습한 대로 떠들어댔다. 군대는 보여주기가 전부 같다. 쓸데없이 찾아와서 전투력을 낭비하고 이게 맨날 뭐 하나 싶다.

소초병: "사단장님 오십니다!"


백: "전진! 라이언부대 중대장입니다.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저 우측 보이는 곳이..."

사단장: "어 됐어 됐어 하지 마 고생이 많네. 자네 얼굴 보러 왔어."

(독백) 이거 웬걸. 생각보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멋진 양반일세?

사단장: "올 때가 된 거 같은데."(작은 소리로 혼잣말)


그때 마침 검은색 에쿠스 한대가 먼지를 폴폴 풍기면서 도착하더니 한 덩치 하는 험상궂게 생긴 누군가가 내렸다.

(독백)"아 놔 감히 어디라고."

나는 다가가서

백: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먼지를 그렇게 (콜록콜록) 누구십니까?"

사단장: "어. 왔는가?"(반가운 목소리로 반긴다)

한: "아이고~ 사단장님 전진~"

사단장: "중대장 이리 와서 인사해 여기는 한덕규 어촌계장이라고. 그리고 이쪽은 얼마 전에 부임한 중대장."


도대체 언제쯤 보나 했더니만 이렇게 급만남을 할 줄이야 상상도 못 했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미궁 속의 한계장을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보게 되었고 인사까지 나누게 되었다. 이미 사단장과는 보통사이가 아닌 것으로 보아 역시 보통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놀부같이 생긴게 영 밥맛없게 생겼다.


한: "아이고~ 중대장님이 훤칠하게 잘생기셨네."

나는 말없이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다음 편에 계속-


쓰다만 소설을 끄집어냈다. 마무리는 지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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