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컨셉진 스쿨'의 <당신의 지금>이라는 3월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받게 된 일간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향후 프로젝트에 성공할 경우 수령하게 될 인쇄용 제본에만 글이 실리는 것이 아쉬워서 브런치에도 매일 연재를 합니다.
- 질문 하나당 답변의 길이는 공백 포함 최대 950자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글자수의 압박으로 인해, 브런치에는 수정하지 않은 초고 그대로를 올립니다.
1. 첫 번째 질문드립니다. 당신은 요즘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든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삶이 곧 예술이다’라는 인생 슬로건에 따라 제 삶을 창조적이고 진취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 지금껏 다양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경주마처럼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1년이 채 남지 않은 저의 30대가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스토리가 풍성한 인생을 산 것 같아서 보람차기도 하지만, 너무 애쓰며 사느라 스스로를 모두 소진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제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훨씬 더 많습니다.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인해 얻은 것도 많았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치유되지 않은 상처
‘넌 왜 그렇게 특이해? 왜 남들과 달라? 왜 자꾸 튀려고 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으며 살아온 만큼 의도와 상관없이 날카로운 시선에 노출되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거나 새롭다는 이유로 배척되기 일쑤였고, 사람을 대하는 서툰 방식으로 인해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긍정적인 피드백보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에 훨씬 더 민감한 사람이 되었고, 상처받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혼자 있는 게 훨씬 더 편한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주변을 살피지 못한 죄
제게 꿈이 무엇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나를 잘 사는 것, 온전한 나를 사는 것’이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자아실현이라는 큰 명제에 따라 제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커리어를 쌓으며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전 그저 '바쁜 사람'으로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관심조차 없었으며, 서로를 아껴주고 응원할 수 있는 동료조차 만들지 못했습니다. 삶은 혼자만 잘 산다고 잘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주변을 돌보지 못한 제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사랑이 없는 삶
문밖세상을 시작한 이래 무려 9년이나 사랑이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사실 일과 공부에 매진하느라 ‘연애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간혹 썸을 타다가도 ‘넌 내가 없어도 잘 살 것 같아. 넌 항상 일에만 관심이 있고 바쁘잖아’라는 이유로 차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사람이 과연 ‘사랑’없이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게 되었고, 이렇게 계속 사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대의 제 삶에는 사랑이 없었지만, 이제는 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위의 이유와 함께 지금의 제 외모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 프로젝트가 끝나갈 때쯤엔 제 자신의 내외면 모두에 대한 만족감이 조금이라도 향상되어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다 쓰고나서 다시 읽어보니 자기연민이 너무 강해보이는 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에게는 읽기 불편한 글이거나, 공감대가 많지 않은 글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심리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꾸미거나 수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괜찮아 #그럴수도있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