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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Mar 22. 2017

퇴근길 택시 안에서 아이폰을 주웠다

괜한 오지랖때문에 잠못드는 밤


1.

퇴근길 택시 안에서 아이폰을 주웠다.

- 2017. 03. 22(수), am 1:50


택시를 타고 뒷자석에 앉는 순간, 엉덩이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이전 손님이 두고 내린 핸드폰이었다.


간혹 몇몇의 기사님들은 최신 폰일 경우 바로 전원을 꺼버린 후에 팔아넘긴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가 사례비를 10만원 넘게 요구하는 기사님을 겪어봤기 때문에 폰을 발견한 순간부터 집에 오는 내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사님께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동안 택시는 이미 집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결국 난 카드결제를 하면서 주인이 금방 전화를 하겠지 라는 생각에 폰을 챙겨서 내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깜깜 무소식이다. 아무래도 폰 주인이 만취상태로 택시를 탔다가 폰이 주머니에서 흘러나온줄도 모르고 도착지에 내린 후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뻗은 게 분명한 것 같다. 괜한 오지랖을 부렸다가 귀찮은 일을 만든 것 같아서 후회가 막급이다.


이거 어디 신경쓰여서 잠이나 자겠나. 내일 아침에 주인에게 전화가 오면 출근 길에 근처 파출소에 맡겨둘테니 거기서 찾아가라고 일러둬야겠다. #에효 왜 #사서고생이냐 ㅡㅡ


#쓸데없는오지랖 기사님이 착한 분이셔서 알아서 찾아줬을지도 모르는 걸. 괜한 일을 만들었네...


#애지중지 #충전중 #언능전화주세횻ㅜ



2.

주인에게 잘 돌아가다.

- 2017. 03. 26(일), pm 10:25


방금 이 글의 조회수가 5,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을 보고 급하게 글을 수정한다. 대체 이 글의 조회수가 왜 이렇게 높은지 이해가 가질 않지만, 글을 읽은 사람 중에 누군가는 아이폰의 행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부연을 하고자 한다.


오전 6시 쯤에 '아빠'라고 저장된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작은 진동소리에 겨우 잠에서 깨어 전화를 받으려고 하니, 바로 끊어져버렸다. 금방 다시 걸려올줄 알았던 전화는 울릴 기미라곤 없이 그저 조용하기만 했다. 결국 난 언제쯤 다시 전화가 걸려올지 몰라서 잠을 이루지 못한채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그러다 7시반 쯤에 '언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 폰의 주인이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꽤나 놀란 듯한 목소리였다. 일단 안심을 시킨 후에 핸드폰을 가져오게 된 사연을 차분히 설명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발하며 폰을 직접 찾으러 온다고 하길래 약속시간을 잡았다.


오전 11시, 약속시간이 되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사무실 위치를 찾지 못하길래 공중전화 근처로 나갔다. 20대초반으로 보이는 애띤 얼굴의 여성이 바카스 한박스를 건네왔다. 나 역시 가지고 나간 핸드폰을 건네 준 후에 어색한 인사를 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밤새 잠을 설쳐서 괜한 짓을 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핸드폰이 주인에게 잘 돌아가게 되어서 나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는 어디 흘리는 일 없이 잘 간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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