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뿌연 황사를 하루빨리 걷어치울 수 있기를
천리길을 걸어서 겨우 집에 다다른 것과 같은 고단함이 물밀듯 밀려오는 밤이다. 사무실에서 걷기 시작해 집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30분 남짓. 그런데 그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아무래도 머리와 어깨에 잔뜩 이고 온 수많은 생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다.
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다양한 상황과 입장에서 참 많은 기획과 컨텐츠들을 만들어 왔다. 내가 했던 역할과 기획해낸 산출물들의 스팩트럼이 꽤나 다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거다', '딱이다', 나이스하다' 싶은 것들이 없는 걸까. 대체 난 그동안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나의 가장 큰 무기가 무엇이며, 그걸 뒷받침 할만한 전문성의 근거는 무엇일까.
글로 다 적지 못할 정도로 산발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끝을 모르고 펼쳐지는 생각의 변주곡은 때가 되서 찾아온 방황인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욕심을 내고 싶은 마음의 발동인 건지 잘 모르겠다. 정확히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혼란한 상태이기는 하나, 어쩌면 소각상태였던 열정에 다시금 불을 지피고 싶은 게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꿈꾸는 모든 것들이 흩뿌연 황사에 가려져 아득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이었다. 그런 이유로 열정이 다시 타오른다면 희미해졌던 꿈들이 선명해보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원초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요즘, 나는 과연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직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누운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머리는 무겁기만 하다. 오늘밤, 잠은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아무래도난_유리맨탈이확실해
#글로라도_토해내야_살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