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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Oct 12. 2017

10월 9일, 한글날 단상

종로구청의 한문간판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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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joins.com/article/21993831#home




종로구청의 한문간판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한글날이었다지만, 이 기사는 정말 좀 아닌 것 같다. 한 마디로 '까기 위해 쓴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관청이 40년을 넘게 걸어놓은 간판이라면, 그 자체로도 이미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우리 글이 '한글'이지만 '한국어'의 대다수는 '한자어'를 포함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한글창제와 반포로 인해 그 음을 한글이라는 문자체계로 쉽게 읽고 쓸 수 있게 된 것 뿐이다. 따라서 한글표기를 한다고 해서 한자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또한 기사에서 언급한 40년 전이라 함은 70년대일터, 그 때만해도 방송, 신문, 책 등에서 국한문혼용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제호나 건물 현판은 한문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 때 만들어진 간판을 지금껏 내걸고 있는 종로구청을 문제삼을 것이 무엇이람 말인가? 거리간판은 한글을 쓰라고 하면서 구청간판이 한자이기때문이라고? 글쎄다. 그리 논리적인 지적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드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수십년 세월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적 사료가 될 수도 있을만한 가치를 지닌 현판을 지금껏 잘 보존해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칭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현판의 경우는 건축물이 현대식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일삼아 한자로 제작을 해서 내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종대왕님을 통해 읽고 쓰기 쉬운 한글이라는 과학적 문자체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오랜 역사동안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는 나라였기 때문에 그리 문제가 되거나 부자연스러운 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글이 소중하고 위대하기 때문에 한자는 무조건 배척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우리역사와 여전히 남아있는 한자문화를 전면 부정하는 일이 아닐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글이_아무리_소중해도

#모두_갈아치우는것만이_능사는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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