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직원복 없는 사람이 아니었어.
내 일생일대의, 그리고 문밖세상의 여정 중 가장 큰 위기를 겪었던 지난 2015년. 그 시절을 함께 보낸 팀원이 최근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우리의 문제가 아닌 아주 억울한 상황으로 인해 벌어졌던 위기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 괜찮아요. 우리 더 잘되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더 잘되게 만들어봐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가식없이 내뱉던 그녀. 한없이 작아져 있던 내게 그 말은 한줄기의 빛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난 그녀에게 덕분에 살았다며, 그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다시금 살아낼 희망을 품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정말이지 그녀는 내게 은인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안될 때는 뭘 해도 안된다는 진리를 몸소 경험이라도 하듯 8개월 간 지속된 경영 악화로 인해, 운용할 수 있는 현금잔고는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난 그녀와 지속적인 논의와 면담을 거듭한 결과 끝내 이별이라는 아쉬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문밖세상을 떠난 그녀는 몇달 후 조금 더 자신의 전공과 가까운 곳으로 이직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나 역시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더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왕복 4시간의 거리를 출퇴근하며, 계약직으로 근무를 해오던 그녀가 최근에 정규직이 됐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한 게 어찌나 기쁘던지.
바쁜 와중에 잠깐 짬을 내어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준 것마저 보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짧은 통화로나마 내게 소식을 전한 것이, 나와 그 기쁨을 함께 나눈 것이 어찌나 고맙고 행복하던지 한동안 울컥한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인스타 게시글에 "인복 있는 대표님 ㅋㅋ"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난 "하지만 00씨가 없잖아ㅜ 글치만 00씨가 잘되서 나도 너무 기분이 좋아요!"라고 답글을 남겼다. 이후 그녀와의 일화를 글로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렇게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맞다. 그녀의 말이 다 맞다. 난 정말 인복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녀를 만난 덕분에 위기의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최근에도 그녀가 전한 좋은 소식 덕분에 내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니 어찌 내가 인복이 없는 사람일 수 있겠는가. 아주 복이 넘치고 터진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정말 내게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인연이다.
- 2018. 06.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