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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Mar 21. 2016

아픔이 주는 고독함

거듭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이틀 동안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정확히는 끙끙 앓으면서 잠에 취해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었나 보다. 누워서 뒤척거린 지가 벌써 두 시간 정도가 흐른 것 같은데 도통 잠이 들질 않는다. 허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잠만 잤으니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자는 것만으로는 아픈 게 쉽사리 낫지 않을 나이인 건지 그렇게 며칠을 앓아누웠어도 아픈 건 여전하다. 화장실에 가려고 몸을 일으킬 때도 목이 말라 물을 한 잔 찾을 때도 신음이 절로 터져 나온다. 뱃속의 요동치는 소리가 잦아든 건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이 쐬고 싶다. 내일 출근을 위해 잘 준비를 하는 이를 일으켜 한껏 응석을 부려가며 산책하러 나가자 조르고 싶다. 많이 걷지도 못할 몸뚱이지만, 따뜻한 그의 손을 잡고 잠깐이나마 상쾌한 공기를 맞으면서 걷다가 들어오면 왠지 단잠이 쏟아질 것만 같다.


그런데 정작 일으켜 세울 옆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아픔은 배가 되고 서러움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픔에 외로움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이내 그 지독한 고독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하면 새날이 밝아온다 한들 아픔은 조금도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혼자 늙어가는 건 아주 외로운 일이다. 평소엔 바삐 사느라 모르고 지나쳤다지만 오늘처럼 몸이 아픈 날에는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다. 결혼 생각이 전혀 없다가도 오늘 같은 날에는 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 곁에 없던 동반자가 갑자기 짠하고 나타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오늘의 아픔과 고독은 홀로 이겨내는 수밖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정신이 더 또렷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다시 잠을 청해봐야겠다. 내일은 씩씩하고 꿋꿋하게 다 털고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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