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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re Sep 03. 2019

[남자의요가] 남자도 해도 되나요?

어이없는 질문으로 시작된 요가

"혹시.. 남자도 받으시나요?" 요가학원에 전화해서 내가 한 첫마디였다. 


 나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운동은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근력이나 체지방에 대한 고민은 없었으나, 체력이나 체지방, 단백질, 근력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건강하다는 것이 결국 균형인데. 적당량의 지방과 단백질, 근육과 유연성이 있어야 건강한 사람이 된다. 단순히 유연성을 위해서 요가학원에 다녀보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가 요가원에 입성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요가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디가 좋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요가하는 남자의 선입견과 불편해할 것 같은 여자의 시선많은 고민과 다짐이 필요했다. 남자가 요가를 하는 계기는 여자 친구나 부인이 이미 요가를 하고 있고, 그렇게 인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고 찾아봐서 큰 용기를 내서 상담을 받기로 했다. 전화로 첫마디가 첫 문장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질문 같았지만, 저 질문을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상담실장님의 긴 설득과 회유 끝에 

첫날 체험수업을 했다. 등록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곧 시작하는 수업에 참여해 보라는 것이었다. 한번 해보면 지금 하는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없어질 것이라 했다. 어색한 마음과 몸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매트를 깔고 선생님 앞에 앉았다. 역시나 남자는 나 혼자였다. 





 매트에 앉아 스트레칭으로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편안하게 누워만 있으라고 했다. 그 자세가 <사바아사나> 일명 시체 자세라고 해서 온 몸에 힘을 빼고 누워서 규칙적인 호흡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5분 정도 누워 숨만 쉬고 있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첫 동작은 왼발을 앞으로 뻗고 오른발은 왼 허벅지에 올리고 손을 왼발 발바닥을 잡는 자세였다. 자세는 매우 간단했다. 근데 그 간단한 자세를 하는 게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손과 발이 만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헬스장에서도  땀을 내서 운동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아무것도 안 하고 손과 발을 만나게 하는 행동만으로 벌써 이마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겨우 겨우 손끝과 발끝을 닿게 하는 것뿐인데. 그리고 반대 자세를 했다. 이어서 오른발을 뻗고 왼발을 구부려 오른발 넘어 올리고, 손을 짚고 허리를 돌리는 트위스트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유지. 이후로 기억도 나지 않는 자세는 이어졌고,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했다. 나름 헬스로 단련된 몸이라 생각했다. 웬만한 근력 운동은 자신 있었는데, 요가 1시간에 기진맥진한 나를 발견했다. 


단순히 유연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몸에 수많은 근육과 세포가 있지만 평소에 잘 사용되지 않았던 근육을 움직이려니 몸이 힘들었던 것이라 선생님이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게 나의 요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만약 수업과정에서 요가 자세가 쉬었고 단순했다면 아마 등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즐기고, 무엇보다 내가 내 몸을 통제하고 움직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몸의 균형을 잡고 속에 있는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 날이 올진 모르지만, 이 요가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집에 돌아와 간단한 스트레칭 자세를 해본다. “어? 이게 되네.” 신기했다. 작은 몸의 변화에 나 스스로가 놀랐다. 몇 가지 다른 자세를 도전해 봤다. 아마 곧 몇 가지 자세도 될 것으로 생각하고 뿌듯해했다. 다음 날 아침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평생 운동 안 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헬스로 상체. 하체. 코어의 근육은 대부분 사용한다고 생각했고 운동 다음 날 오는 피로감은 있을 수 있으나, 젖산 분비로 인하 근육통은 예상하지 못했다. 헬스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은 근육을 요가로 사용했다는 증거는 되었다.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으로 어제 했던 자세를 취해봤다. 어제의 몸과 지금의 몸은 다른 몸이었다. 어제의 늘려 놨던 근육은 하룻밤 사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관성의 법칙과 모든 자연은 제자리를 돌아가려고 하는 성질 있다는 이론을 몸으로 깨달은 하루였다. 


 헬스장에서 늘 같은 패턴으로 몸을 풀었다. 조금의 변화가 있다면, 요가에서 배운 자세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개구리 다리를 하고 엎드리는 자세다. 가벼운 스트레칭 동작이지만 고관절 사이 근육이 요동친다. 내가 상상한 자세와 각도는 90도 넘어 몸이 완전히 꺾였지만, 거울 속에 비췬 내 모습은 까닥까닥 15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곧 요가 마스터가 될 것으로 착각한 하루를 보내고 겸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다시 요가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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